① 현대차 자본 리쇼어링
현대차그룹이 7조8천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현금 실탄을 확보했다. 현대차 해외 법인에 묶여 있던 유보금 일부를 국내로 들여온 덕분이다. 해외에 있는 생산 시설을 국내로 이전하는 걸 리쇼어링(reshoring)이라 하는데, 현대차그룹은 공장과 같은 생산 시설을 국내로 옮겨 온 게 아니라 해외 자회사에 쌓인 유보금을 국내 본사로 이전하는 ‘자본 리쇼어링’을 진행한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주요 계열사 해외 법인의 올해 본사 배당액을 직전 연도 대비 4.6배 늘려 국내로 59억 달러(약 7조8000억원)를 들여와 이를 국내 전기차 투자 재원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현대차가 해외 법인으로부터 21억 달러(약 2조8100억 원)를 국내로 들여오고 기아는 33억 달러(약 4조4300억 원), 현대모비스 2억 달러(약 2500억원) 등이다. 전체 배당금의 79%는 상반기 내 본사로 보내져 국내 전기차 분야 투자 등에 본격적으로 쓰일 예정이고 나머지 21%도 올해 안으로 국내로 유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② 작년의 4.6배? 법인세 개정 덕분
현대차그룹이 해외 유보금을 지난해 대비 급격하게 늘릴 수 있었던 배경은 법인세 개정 덕분이다. 지난해까지는 현대차를 포함한 국내 기업은 해외에서 이익을 많이 내도 국내로 현금을 들여오는 것에 대해 걸림돌이 있었다. 국내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내야 하는 세금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알려진 바로는 약 129조원의 자금이 해외 법인에 묶여 있었다.
하지만 현지에서 이미 법인세를 냈는데 국내에서 또 부담해야 하는, 이른바 ‘이중과세’라는 지적이 일자 지난해 법인세법이 개정되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해외에서 이미 과세된 배당금에 대해서는 배당금의 5%에 한해서만 국내서 과세되고 나머지 95%는 과세가 면제된다. 덕분에 기업은 대규모 유보금을 부담 없이 들여올 수 있게 된 것이다.
③ 전기차 인프라 투자 확대
현대차그룹은 자본 리쇼어링으로 마련한 자금을 전기차에 올인 할 계획이다. 먼저 울산과 광명의 전기차 전용 공장, 기아 화성 전기차 공장 신설 등에 주로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 및 제품 라인업 확대, 핵심 부품 및 선행 기술 개발, 연구 시설 구축 등 연구개발(R&D) 투자에도 활용된다.
자본 리쇼어링을 통해 별도의 차입 없이 8조 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마련한 것은 현대차그룹에게 반가운 일이다. 현대차는 이미 북미에서 IRA 대응 및 시장 선점을 위해 전기차 신공장과 배터리 합작공장, 충전소 인프라 건설 등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현재 E-GMP에 이은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을 개발하고 있다. eM 플랫폼은 지능 집중형 아키텍처(Domain Centralized Architecture)를 기반으로 미래 소프트웨어 기반의 SDV 전환을 위해 핵심적인 구성요소로 꼽힌다. 이번에 확보한 실탄을 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개발을 가속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막대한 자금을 등에 업은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 전기차 생태계를 확장하고 건실하게 확장해 나갈 수 있을까? 글로벌 무대에서 전기차 산업을 선도해 나갈 현대차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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