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지만 위험한 농기계
논 주변에는 항상 경운기가 함께한다. 모내기를 시작으로 가을철 수확에 이르기까지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장비다. 특히 농산물의 운송수단은 물론, 어르신들의 주요 이동 수단으로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가끔 가다 경운기 사고 소식이 보도되는데, 대부분 중상을 입거나 사망으로 이어진다. 천천히 가기 때문에 설마 위험할까 싶지만, ‘어르신’들 때문에 위험하다. 특히 수확철을 맞아 활발히 활동하는 9~10월에는 경운기로 인한 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인적 드물지만, 사고 위험지대
지난 15년~19년 동안에 발생한 농기계 사고는 무려 6,616건에 이른다. 이 중 사상자는 6,030명으로 대부분이 경운기 사고에 의한 것이었다. 특히 3~5월 모내기철과 9~10월 추수철은 경운기가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시기로, 사고 빈도 역시 이 시기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또한 사상자 연령층을 보면 대부분이 70대 이상 어르신이다. 시골에 남아 여생을 보내는 어르신들이 농업에 종사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술 마시고 경운기 운전
더 큰 문제는 시골이다보니 음주 상태로 경운기를 모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경운기는 날이 밝았을 때 움직이기 때문에 음주운전 역시 대낮에 주로 한다.
젊은 성인도 음주운전을 할 경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대형 사고를 내는데, 경운기라 할 지라도 사고 위험을 높이기 마련이다. 특히 주변에 피해를 끼치지 않더라도 길 옆으로 떨어서 그 자리에서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경찰 단속이 절실한데, 과태료 조차 부과할 수 없다. 법적으로 음주단속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엔진까지 붙어 있는데, 자동차가 아니다?
경운기 같은 농기계는 술을 마시고 운전해도 음주단속 면역이다. 농기계에 면허증 발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자동차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경운기, 트랙터, 콤바인 등 농기계는 농업기계화촉진법상 농업기계로 분류 돼 있어 도로교통법 제80조에 따른 자동차운전면허가 필요 없다. 대신 자동차 전용도로와 고속도로 진입은 엄격히 금지된다.
그대신 사고를 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음주운전 자체로는 처벌할 수 없지만, 사고 원인제공 사유로 도로교통법 및 특례법에 의해 처벌 대상이 된다. 경운기는 그 자체로 굴러가는 기계일 뿐이지만, 도로를 이용 하는 만큼 어르신들도 최소한 술을 마셨다면 절대 경운기 시동을 켜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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