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소재에 앞장선 제조사들
최근 판매중이거나 갓 출시 된 신차를 보면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이 있다. 바로 친환경 소재다. 모든 신차에 적용된 것은 아니지만, 적용 비중을 늘리는 곳이 적잖게 있다. ‘친환경’이라는 용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쾌적하고 깨끗하며 목가적인 분위기와는 사뭇다르다.
재생 플라스틱, 페트병, 폐 그물 등을 활용하는 사례가 가장 많다. 이 외에도 사탕수수, 옥수수 같은 천연 소재를 활용하기도 한다. 접근 의도는 좋다. 친환경에 대해 국가 뿐만 아니라 소비자까지 필요하다는 시대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모든 소비자들이 친환경 소재 활용을 반길까? 의외로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국산차를 기준으로 보면, 아이오닉 시리즈와 EV 시리즈에 대한 여러 의견을 확인할 수있다. 대표적으로 “이런 인테리어 소재로 비싼 가격을 받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
특히 EV9에 대해 이런 의견이 많은데, 그 이유가 뭘까?
친환경도 좋지만 감성이 아쉽다
요즘은 미니멀리즘 인테리어가 대세다. 차량용 OS와 이를 뒷받침할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고도화로 아날로그로 남아있던 모든 것을 화면안에 모두 담을 수 있게 됐다. 또, 소재 역시 첨단을 달리게 되면서 두껍게 만들지 않아도 안락함을 제공한다. 덕분에 1열 대시보드 레이아웃은 스티어링 휠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전부다. 간혹 테슬라처럼 디스플레이 하나가 모든 것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고급스러운 느낌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친환경 소재로 만든 실내 구성요소는 천연가죽이나 스웨이드, 알칸타라 같은 소재 대비 질감(감촉 등 여러 감각)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소비자들도 있다. 심지어, 크롬이나 블랙 하이그로시 파츠 등 인테리어 가니시로 활용되는 소재마저 최소화 해, 가격이 비싸도 실내 감성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유독 EV9이 아쉬운 이유
EV9의 경우 이런 감정이 극대화 됐다고 볼 수 있다. 친환경 소재의 활용과 제조기술의 발전으로, 이 차 역시 심플한 실내를 자랑한다. 문제는 이 차의 가격이 매우 비싼데, 실내 구성은 납득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EV9 AWD GT-Line 모델 기준, 트림 기본 가격은 8826만원이며, 옵션을 모두 더하면 1억 초반 가격으로 껑충 뛴다. 이 가격에 조금만 더 보태면 벤츠 AMG GT 43을 구매할 수 있고, 웬만한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의 주력 모델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EV9과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 인테리어를 비교해보자. 차를 모르더라도 큰 차이가 있음을 인지할 것이다.
참고로 EV9에는 폐어망을 재활용해 플로어 매트를 만들었다. 또한, 시트와 도어 트림에는 플라스틱 페트병을 재생한 원단이 적용되었다. 기아에 따르면, EV9에는 1대당 70개 이상의 페트병이 들어갔고, 무게로 따지면 7~8kg 수준의 재활용 및 바이오 소재가 적용됐다고 한다.
친환경 소재로 고민중인 현대차
EV9 같은 사례가 계속 되면 친환경 소재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현대차그룹도 이를 인지한 듯, 친환경 소재를 어떻게 활용할 지 고심중이다.
최근 현대차그룹 내에서 적용 중인 소재를 살펴보면, 비건 가죽과 폐플라스틱이 있다. 주로 대시보드, 시트, 암레스트 등 인테리어 요소 중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다. 아이오닉 5를 기준으로,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플라스틱 스킨’을 도어, 대시보드, 천장과 바닥에 적용했다. 또한, 가죽 염색에는 아마 씨앗에서 추출한 식물성 오일이 사용되어 친환경성을 높였다.
그룹사 내 프리미엄 포지션을 담당중인 제네시스 역시 친환경 소재 활용에 거부감 없는 면모를 보인다. 대표적으로 G80 전동화 모델 곳곳에 특별한 소재들이 적용됐다. 이 차에는 천연 염료를 사용한 가죽 시트와 콘솔, 2열 암레스트가 있다. 또한, 가구 제작 공정에서 발생한 자투리 나무 조각을 재활용해 ‘포지드 우드’라 불리는 친환경 원목 장식을 사용했다.
요컨대, 현대차와 기아 같은 대중 브랜드는 재활용 소재의 대중화를 노렸고, 제네시스는 친환경 소재의 고급화를 고려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업만 좋은 친환경 소재?
친환경이란 단어에는 특별한 힘이 내재되어 있다. 어떤 제품이든 ‘친환경’ 타이틀만 달아두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된다. 최소한 내 몸에 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는 다르다.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친환경을 충족해도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고급스러운 감성이 없으면 큰 기대를 걸긴 어렵다.
친환경 소재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최소한 이 소재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충분히 전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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