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갈등 해결 못한 기아 노사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지난 7월 시작한 기아 노사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말이다. 업계에 따르면 상당 부분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입장차만 확인할 뿐 긍정적인 상황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임단협 진행 중인 곳은 기아 뿐이다. 한 때 추석 전 무분규 타결을 이뤄낼 것이란 예상과 달리, 급기야 오늘 오전엔 파업에 돌입한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진짜 하게 되면 신 차 출고 기간이 길어지는 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진짜 파업을 할까? 함께 살펴보자.
다행히 최악은 피해, 다만…
14차 교섭(10일)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11일 기아 노조는 파업을 선언했다. 이 때 노조가 공개한 파업 스케줄은 12~13일, 17~19일 각각 8시간, 20일에는 12시간이었다.
다행이라 해야 될까? 같은 날 오후, 12일 협상을 재개키로 합의했고, 노조는 파업을 잠시 보류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소식 이후 일각에선 노사가 막판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기도 했다.
실제로 합의가 이뤄진다면 뒤늦게 나마 기아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날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다면, 이 때는 파업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아 마냥 기대만을 할 수 없다.
핵심이 되는 ‘고용세습’, 소비자 반응은?
현대차와 달리 예상외로 길어지는 임단협, 대체 뭐가 문제일까? 업계에 따르면,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고용세습’과 관련된 부분이다. 최근 알려진 단체협상 27조 ‘고용세습’ 조항을 살펴보면, 이 조항에는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 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
라고 규정돼 있다. 기아는 해당 조항을 폐지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시정 명령에 따라 이를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노조는 계속해서 거부하면서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 기아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이들은 자칫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는 출고 대기를 우려했다. 그런데 이에 못지 않게 ‘고용세습’에 대한 솔직한 의견도 적지 않게 보여 이목이 쏠렸다. 실제 반응을 보면 대부분 ‘고용세습’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 중 몇 가지만 모아보면 아래와 같았다.
“내가 회장이면 기아 팔아 버리고 싶을 것 같아”
“고용세습? 현대판 음서제도야 뭐야? 요즘같은 세상에 왠말?”
“그냥 시간 끌지 말고 관뒀으면, 거기 들어갈 사람 줄 섰다”
“노조 욕심이 과한 거 아닌가? 차라리 회사를 해외로 옮겨라”
예상 손실액만 700억 이상?
기아는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난 157만 5920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재계 일각에서는 하반기에도 역대급 실적이 예고된 가운데, 실제로 파업을 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파업으로 인해 입게 될 손실액은 지난 5·31 총파업으로 인해 입은 것보다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5·31 총파업으로 전국 기아 공장에서는 약 2700대의 신차 생산이 중단된 바 있다.
이 때 EV9를 비롯해 쏘렌토, 셀토스, 스포티지 등이 피해를 겪었다. 당시 이로인해 입은 정확한 손실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이 있다. 기아는 오는 11월 신형 카니발과 K5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만약 파업이 실제 이뤄지고 이게 장기화 된다면 이 차들의 출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신차’라는 물에 ‘충분한 물량 공세’로 노를 저어 좋은 실적을 기대하는 건 어림도 없다. 또한 신 차를 기다리던 예비오너들 사이에선 대규모 이탈이 발생할 수도 있다. 기아차로썬 반드시 피하고 싶을 상황, 과연 15차 교섭으로 임단협을 마무리 짓고 노사 모두는 노를 저을 수 있을까?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