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사고로 인한 고등학생 배달기사 사망… “늑장 신고가 비극 키웠다”

부산 역주행 사고로 고등학생 배달기사 사망
가해 차량, 사고 후 늑장 대응으로 논란
유족, 가해자의 진정성 없는 사과에 분노

가해 차량 중앙선 침범해 140m 달려

지난 5월 19일 부산진구의 한 왕복 2차선 도로에서 고등학생 배달기사가 SUV 차량의 역주행으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운전자 A씨(59)는 밤 11시 50분경 가야고가교 밑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으로 140m를 달려 오토바이 운전자 조모(16)군을 들이받았다. 조군은 헬멧을 착용하고 있었지만 크게 다쳤고, 사고 당일 수술 후 2차 뇌출혈로 인해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약 한 달 만인 지난달 16일 끝내 사망했다.

가해자, 사고 후 바로 차 밖 안 나와

사고 후 A씨는 술이나 약물을 복용한 상태가 아니었으나, 자신이 정주행 중이었다고 착각했다는 진술을 했다. 그러나 목격자들에 따르면 A씨는 사고 후 차 안에서 한동안 나오지 않았으며, 첫 112 신고는 다른 목격자에 의해 사고 발생 약 4분 뒤 이루어졌다. 가해자 A씨의 112 신고는 그로부터 6분 후에야 이루어졌으며, 조군을 위한 119 신고도 다른 목격자에 의해 사고 발생 약 12분 뒤에 이루어졌다. 유족은 A씨의 늦은 대처가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 후 미조치’ 혐의 미적용

경찰은 A씨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만을 적용하고, ‘사고 후 미조치’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사고 후 경황이 없다는 이유로 차 안에 있는 경우 ‘도망을 간 것’으로 보지 않아 처벌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며, 그러나 블랙박스를 통해 경황이 없었는지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족의 분노, “진정성 사과 없어”

사고 후 A씨 측의 태도에 대해 유족은 분노를 표하고 있다. 유족은 A씨로부터 직접적인 사과를 받은 적이 없으며, A씨의 아들로부터 용서를 구하는 전화가 몇 차례 있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반면 A씨의 아들은 사고 당일 응급실에 찾아가 사과를 드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족은 A씨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