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암 걸리겠네…” 전기 트럭 때문에 전기차 오너들 분노 폭발

① 눈총 받는 전기트럭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차주들의 충전 불편도 비례해서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1톤 전기트럭이 충전기를 장시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온 문제이다. 이미 보배드림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1톤 전기트럭 여러 대가 전기차 충전소를 점거하고 있는 사진이나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의 충전기 1대당 전기차는 2.6대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그만큼 인프라는 부족하지 않다는 말이다. 하지만 소형 전기 트럭의 빠른 증가는 이를 상쇄할 만큼 충전 불편을 유발하고 있다. 국내에서 운행 중인 소형 전기 트럭은 작년 연말 기준 8만대를 넘겼다. 같은 기간 국내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의 20%에 달한다.

올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 덕분에 올해 말 소형 전기 트럭의 누적 보급 대수는 13만 대로 예상된다. 1년 만에 무려 62%가 늘어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휴게소 충전소 점거 문제에 대해 원인을 분석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② 원인은?

소형 전기 트럭이 급증하고, 휴게소에서 충전 불편을 겪는 사례가 많아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보급 확대에만 급급한 정부의 정책이다. 트럭의 성능은 고려하지 않은 채 구매만 유도하고 있으니 충전 난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기 트럭의 보급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게 되었다.

현재 정부는 전기 트럭 구매자에게 보조금과 충전요금 할인, 각종 세제 혜택에 이어 영업용 번호판까지 발급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도 대당 구매 보조금은 지역에 따라 최대 2350만원에 이른다. 전체 전기차 보조금(26만 5천대) 가운데 5만 대는 전기 트럭의 몫이다. 포터, 봉고 등은 생계형 트럭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자영업자와 같은 주요 소비자들이 지나치기 어려운 유혹인 셈이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차치하고서라도, 전기 트럭의 성능 한계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일반적으로 1t 전기 트럭에 탑재되는 배터리 용량은 58.8kWh(킬로와트시)로 전기 승용차 대비 70~75% 수준이다. 전비도 당연히 안 좋기 때문에 충전을 더 자주 해야 한다.

또 제조사에서 밝히는 공식 주행거리와 실 주행거리 간의 차이가 심하다. 포터2 일렉트릭과 봉고3 EV의 제원상 주행거리는 211km이다. 하지만 화물을 많이 싣기 때문에 실제 주행가능거리는 200km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냉난방 장치를 가동하면 주행가능거리는 100km 후반으로 줄어든다. 일반 소비자들이 타는 아이오닉 시리즈와 EV6 등의 모델들이 평균 445km를 주행할 수 있는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결국 충전을 자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하지만 충전 빈도와 시간도 만만치 않다. 100kW 급속을 활용해도 80%를 충전하는 데 평균 47분이 소요되는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설치된 급속충전기 대다수는 50kW급인 것을 고려하면 두 배 긴 90분가량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포터와 봉고 전기 트럭이 충전기를 독차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③ 해결책은?

소형 전기 트럭 차주들도 느린 충전 속도와 짧은 주행거리 탓에 불만이 많다. 의무보유 기간이 지나자마자 중고차로 내놓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반 전기 승용차 차주와 전기 트럭 차주의 입장이 얽혀있는 상황인 것이다. 가장 시급한 해결책은 전기 트럭의 성능 개선이다. 배터리 성능 개선 없이는 충전 대란이 앞으로도 지속될 우려가 크다. 아울러 충전 인프라 확충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