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갑질 무섭네”한국 전기차 배터리, 미국 결정에 전멸 위기

① 배터리 업계, 과연 웃을 수 있을까?

얼마 전 발표된 IRA 세부규정은 보조금 지급 조건을 두 가지로 담고 있다. 먼저 배터리 제작 시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부품을 50%(2029년까지 100%로 단계적 상승) 이상 사용할 경우, 다음으로 리튬·니켈·망간·코발트 등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의 40%(2027년까지 80%로 단계적 상승)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에서 채굴 및 가공할 경우이다.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

IRA 세부규정이 발표될 당시만 해도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게 유리하게 설정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당시 해외우려단체(FEOC)에 대한 세부지침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중국·러시아·북한·이란 등을 FEOC로 지정한 바 있지만  아직 개별 회사, 적용 범위 등은 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가까운 시일 내로 FEOC에 대한 지침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중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게 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② FEOC 발표에 촉각 곤두세우는 업계

‘해외우려단체’(FEOC) 세부지침에 포함되면 미국 IRA의 보조금 제외 대상이 된다. 이에 배터리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업계는 해외 우려 국가에 중국이 포함된 만큼 이를 설립상의 국적으로 하는 회사들이 우려 단체에 다수 포함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예상대로 중국 내 배터리 핵심 광물 조달 및 제련업체 다수가 FEOC로 선정된다면 최악의 경우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업체들이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국내 배터리사의 대중 의존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데, 실제로 올해 국내 배터리사들의 대중국 배터리 8대 핵심광물 의존도는 80%에 이르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③ 국내 배터리 업계의 대응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중국 업체에 의존하는 것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세계 최대 광물 보유국임과 동시에 광물 제련 분야에 있어서도 대체 불가능한 존재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과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도 함께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함께 중국 저장성에 연 3만톤 규모의 양극재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며 LG화학 역시 화유코발트와 함께 새만금에 전구체(양극재 생성에 필요한 원료) 합작공장을 짓기로 한 바 있다. SK온도 중국의 전구체 생산기업인 거린메이, 국내 소재기업 에코프로와 3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전구체 생산을 추진한다.

미국에도 대규모 합작공장을 설립하면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각각 현대차그룹과 손잡고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한다. LG엔솔은 전기차 약 30만대에 들어가는 배터리셀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이며 SK온은 연간 35GWh규모에 달한다.

IRA 해외우려단체 세부지침에 중국 다수의 기업이 포함되는 것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미국 시장과 대중 의존도 모두 놓칠 수 없는 요소들이기에 국내 배터리사의 보다 현명한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