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을 때 등장하는 로드 탁송
작년 화물연대 파업으로 생긴 ‘꿀알바’가 이슈가 된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로드탁송 인력을 급하게 뽑으면서 주목받은 것이다. 이 직종의 허들은 생각보다 낮다.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가능하다. 또, 운전 난이도 대비 받는 보수가 괜찮아, 로드탁송 기사 모집에 수백 명이 몰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급구 알바, 로드 탁송
파업 등 여러 이유로 신차 운송을 하는 캐리어 화물차의 운행이 전면 중단 될 경우, 제조사 측은 바삐 움직이기 시작한다. 공장에 조립이 끝난 신차가 과도하게 쌓이면 공장 전체가 셧다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는 탁송차 중단 시 로드 탁송으로 전환해 최대한 많은 차를 빠르게 이송한다. 출혈이 있긴 하지만 방법이 없다. 작년 파업을 기준으로 했을 때 6천여 대 이상의 신차가 로드 탁송으로 운송됐다. 완성차 운송을 맡던 탁송업체는 운송거부 사태에 대비해 기사 700여 명을 모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 로드 탁송 기사 모집은 쉽다. 자격 요건은 운전면허증이 전부다. 일당도 15만 원으로 후한 편이라 탁송 현장에서 수시 채용을 진행하기도 한다. 일부는 면허를 가진 가족이 총 동원해 탁송을 진행했다는 후문이 들리기도 한다.
신청은 쉬워도 합격은 어렵다
로드 탁송 요건이 심플하지만, 너도나도 지원하기 때문에 일을 따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작년에는 매일 아침 수백 명이 긴 줄을 서며 일을 따려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탁송 인력은 일정하지 않다. 공장 내 차량 출고량에 따라 추가 인력이 필요하면 현장에서 모집하기 때문이다. 기존 백업 인력 외 추가 인력이 필요할 때만 채용하기 때문에 실제 채용인원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한편 사전 신청 후 문자 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에게 우선권을 주는 등 출고량과 결원에 따라 선착순으로 일자리가 배당되거나 추가되는 사례도 있어, 새벽 부터 줄을서도 헛 걸음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전문성 없다보니, 단점도 뚜렷
로드탁송은 결국 고객에게 갈 신차를 1:1로 배달하는 것이다. 안전 운전 및 면허증 발급 여부를 철저히 지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채용 과정에서 이름이나 계좌만 적어도 바로 채용하는 사례가 쉽게 발생했다. 물론, 운행 직전 안전 교육용 서식 1장을 지급하긴 하지만 워낙 다급하게 탁송을 보내다 보니 실제로 정독해 읽는 경우가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과속이나 무리한 운전 등으로 신차에 손상이 발생하거나 과태료 부과와 같은 리스크도 존재한다. 정식 교육을 받지 않은 만큼 어떤 변수가 발생할 지 모르는 것이다.
정말 급한 경우 아니면 이용 안한다?
로드탁송 알바가 핫 이슈로 떠오른 바 있지만 금세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미 업계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분석한 바 있다. 파업 등 출고 난항에 대한 특수성이 오래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신차를 받는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매우 크다.
먼 거리를 탁송으로 진행할 경우 신차를 받기도 전에 누적 주행거리가 100km 이상이 찍혀 있게 된다. 보통 최종 인수 이후 10~20km 정도의 주행거리가 기록되는데, 이보다 훨씬 많다보니 소비자 입장에선 찝찝할 수 밖에 없다. 일부는 이미 중고차가 된 것 아니냐며 오래 기다리더라도 로드 탁송은 하지 않겠다고 거부하는 사례도 많았다. 한편 로드 탁송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엔진 과부하, 각종 기능 오류 등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이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는 로드 탁송을 받은 소비자에 한해 보증거리 2천 km 추가 혜택을 제공한 바 있다. 과연 올해는 별 탈없이 지나갈 수 있을지, 아니면 급하게 로드 탁송 알바가 부활하는 시기가 올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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