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쯤 상상할 만 한 전기차 궁금증
아우디의 주력 전기차는 e-Tron 시리즈다. SUV 타입부터 스포트백, 스포츠카 타입 등 다양한 신차 혹은 컨셉카를 내세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과거, 아우디는 정식 공개를 앞둔 e-Tron을 가지고 기상천외한 실험을 진행해 주목받은 바 있다.
“벼락이 전기차에 떨어지면 배터리 충전이 될까?”
라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아우디는 5년 전, 실제 실험을 진행했다.
일부러 벼락 맞은 아우디 e-Tron
아우디는 이번 실험을 위해 베를린 소재 지멘스 고전압 실험장을 찾았다. 여기엔 ‘패러데이 케이지’가 설치되어 있어, 막대한 전압을 방출할 수 있다. 패러데이 케이지란,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로 뒤덮인 공간으로 보면 된다. 내부는 전기장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계 된 점이 특징이다.
참고로 연구소 내 패러데이 케이지로 무려 300만 볼트까지 출력을 높일 수 있으며, 실험에선 50만 볼트로 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벼락은 1억볼트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해당 실험은 ‘가능성’ 정도만 엿볼 수 있겠다. 때문에 원문에선 벼락이나 번개라는 표현대신 ‘섬락(Flashover)’으로 언급했다. 쉽게 말해 방전 실험정도 되겠다.
막대한 전압, 얼마나 충전 됐을까?
300만 볼트면 사망할 수 밖에 없는 특고압이다. 이렇게 강력한 에너지를 자동차에 내리 꽂으면 얼마나 충전될까? 지멘스 연구소에서 진행된 실험 결과, 2초에 0.22kWh 만큼 충전됐다. 1초당 0.11kWh인 것이다. e-Tron 프로토타입 기준, 15분이면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된다.
하지만 이를 응용해, 번개를 끌어다 충전할 기술은 한동안 등장하지 않을 예정이다. 막대한 에너지를 한 번에 모아 충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실험도 이벤트 차원으로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용화 될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궁금증은 해소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벼락이 없어도 이미 초급속 충전기술 완성
사실 요즘 충전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번개를 끌어다 사용할 필요가 없다. 현대차를 비롯해 일부 기업에선 350kW 급 초급속 충전기술을 선보였고, 상용화까지 마쳤기 때문이다. 아이오닉 5 기준 18분 내로 10~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또, 5분만 충전해도 100km나 갈 수 있다.
무선 충전기술 분야도 눈부시다. 2017년, 미국에선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 충전 레일을 매설해, 르노 전기차가 시속 100km로 주행하며 동시에 충전까지 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엔 미국 내 다른 곳에서 50kW 급 급속 충전을 하며 달릴 수 있는 공공 무선 충전도로를 시공 중이다.
한편 볼보는 무선 충전기술 기업 모멘텀 다이나믹스와 손잡고, 이론상 450kW 초급속 충전까지 가능한 무선 충전기술을 테스트중이다. 정차 포인트나 주차장에 무선 충전 패드를 설치해, 정차해 있거나 주차중일 때 충전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미 제네시스도 유사 기술을 상용화 해, 보급 중이며 초급속 충전 수준의 무선 충전기술이 완성되면, 번개를 활용해 본다는 상상은 일찌감치 접게 될 것이다. 시시콜콜한 내용이지만 기상천외한 실험 데이터가 누적되면 훗날 혁신적인 기술의 양분이 된다. 오히려 엉뚱한 실험을 할 기회를 주는 유럽을 본받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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