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전기차, 완전히 다른 스펙
어느 나라든 전기차 신차를 판매하려면 여러 인증을 거쳐야 한다. 이 중 주행거리와 관련된 항목도 있는데, 여러 매체를 비롯해 소비자들은 어떤 제원으로 인증을 통과 했는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런데 같은 전기차라 할 지라도 유럽은 700km, 미국은 500km, 한국은 450km 등 국가별 주행거리 범위가 완전히 다른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은 무엇을 보고 판단해야 할지, 혹시 몇몇 제조사들이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전기차 도입 초창기에는 이런 이유로 ‘주행거리 뻥튀기’ 논란이 일면서 불신을 표하는 사례도 있었다.
주행거리 인증 근본, 유럽과 미국
전기차 주행거리 측정은 대륙별 혹은 국가별 기준에 맞춰 진행된다. 이 중 자주 인용되는 수치로 유럽, 미국 기준이 있고, 가끔 중국 기준을 언급하는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부와 산업부 인증 두 가지를 주로 사용한다.
우선 유럽 기준을 알아보자. 이 곳은 WLTP나 NEDC를 활용한다. 이중 NEDC는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으로 인해 WLTP를 주로 사용한다. 이 기준은 국제적으로 통용된다. 하지만 테스트 기준은 유럽 내 고속 주행 환경과 복잡하고 비좁은 시내 상황을 반영한다. 이런 기준 때문에 다른 국가 기준과 비교 했을 때 다소 후한 주행거리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NEDC에서 WLTP로 전환 될 시기에 자국 내 EPA 기준을 따르게 되었다. 유럽보다 엄격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며, 운전자들이 실제로 할 법한 운전 패턴 및 행동 반경을 기준으로 내세웠다. 이를 5-사이클 보정식이라 부르는데, 유럽 제원 대비 50~100km만큼 감소하기도 한다.
참고로 전 세계 대부분의 전기차는 유럽 및 미국 기준을 따른다. 이에 맞춰 제조사들도 차량 홍보 시 이 기준을 인용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기차 대국 중국은 어떨까?
전기차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국가로 중국이 있다. 품질 면에선 아직 인정받는 분위기는 아니다. 하지만 거대한 시장 규모와 빠르게 발전하는 전기차 관련 기술로 점점 주목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CLTC라는 기준을 별도로 활용한다.
기본 측정 방식은 유럽과 비슷한데, 시내주행, 고속도로 주행, 교통체증 상황 적용 등 몇 가지 변수를 적용해 차량의 주행거리를 측정한다. 다만 이 기준이 유독 후하다는 평이 많다. 측정시간이 30분이며, 14.5km 정도를 달린다.
이렇다보니 소위 ‘뻥 주행거리’로 유명한 유럽의 NEDC보다 20% 넘는 주행거리를 기록한다. 이런 이유로 중국산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1천km 넘는다는 소식이 보도돼도 믿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다른 기준을 적용할 경우 심하게는 100km 넘게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미국보다 엄한 환경부, 산업부 기준
우리나라 전기차 기준은 인색한 것으로 유명하다. 연교차의 경우 30도나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미국 EPA 기준을 따르되, 에어컨, 히터, 겨울철 강추위까지 고려해 주행거리를 측정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EV6 기준, 유럽 WLTP는 528km, EPA는 499km, 환경부는 446(저온)~483(상온)km 다. 특히 산업부의 경우 475km로 더 낮은데, 신고 수치가 실제 수치보다 낮을 경우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제조사 입장에서 봤을 때 좀 더 보수적인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다.
만약 전기차를 구매할 예정이라면, 이번내용을 참고해 국가별로 주행거리가 다른 이유를 알아두면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요약하면 국내 기준은 유럽 대비 100~50km, 중국 대비 200~100km 차이를 보이며, 미국은 비슷하거나 50km 이내로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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