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GM과 군용 전기차 개발
작년, 미 국방부는 국방 혁신 부서(Defense Innovation Unit, DIU)를 통해 GM 디펜스와 군용 전기차 개발을 의뢰했다. 정확히는 군용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다. 최근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기상 이변이 거세지자, 석유 의존성을 줄이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이번 프로젝트를 수주한 GM 디펜스는 GM 그룹 산하 군수기업이다. 이곳에선 쿠거 장갑차, 스트라이커 장갑차 등 미군과 UN군의 주력 장갑차를 생산해 왔다. 요즘은 무인 군사 시스템, 군용 전기차, 군용 수소전기차, 무인 수소전기 트레일러를 연구에 박차를 가하며 차세대 미국방 시스템에 기여하고 있다.
기상이변으로 타격입은 미군
미 국방부는 기상이변에 의한 민간 피해 외에도 군사시설 내 손실에 주목했다. 플로리다 소재 공군기지는 최고등급, 5등급 허리케인에 의해 절반이 파괴됐다.
또한, 버지니아 주 소재 해군기지는 해수면 상승으로 방호벽을 타고 넘어와 피해를 입었다. 이외에도 네브라스카 주에 위치한 공군기지는 강 홍수로 30% 넘게 침수돼, 6000억 여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미 국방부 입장에서 보면, 범지구적 환경보호 보단 국방력 손실을 막기 위한 일련의 조치로 군용 전기차 배터리팩 개발을 진행한 것이다. 참고로 군용차는 환경을 거의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 톤~수 십 톤에 이르는 거대한 차량을 운용하기 때문에 막대한 연료소비와 이에 따른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된다.
실제로 이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논문이 있다. 2019년, 영국 랭커스터 대학 연구팀은 미군 전체가 소비하는 각종 연료의 규모를 조사했다. 만약 미군을 하나의 ‘국가’로 본다면, 이에 따른 온실 가스 배출량은 세계 49위에 이를 정도다. 오스트리아와 이스라엘 등 중소규모 국가와 동급이다.
2019 미 국방부 군수국(Defense Logistics Agency, DLA) 데이터에 따르면, 해 마다 42억 배럴(561.4만 톤)을 소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류비로 환산하면 10~12조 원 규모다.
GM의 얼티엄 플랫폼 고민중인 미군
GM 디펜스는 GM 그룹 내 주력 전기차에 탑재할 얼티엄 배터리 플랫폼을 군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미군 표준이 된 것은 아니지만 충분한 연구가치가 있어, 배터리 플랫폼을 테스트하고 시제품을 만들어 군사적 효용성을 확인중이다.
얼티엄 배터리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배터리 모듈을 자유자재로 배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블록 형태의 배터리 모듈을 넓게 퍼뜨려 배치하는 것 외에도 레고처럼 위로 쌓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군용 전기차 설계 시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모듈이 하부에 넓게 배치되어 있으면, IED(급조폭발물)이나 대전차 지뢰 등에 의해 동력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 한편 얼티엄 타입을 적용하면 특정 공간에 자유롭게 배치해 생존성을 높일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은 50~200kWh까지 확장 가능하다. 이는 얇은 블레이드(날) 형태의 배터리 덕분이다. 배터리를 켜켜이 배치해 배선 및 각종 부품을 절약하고, 공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GM에 따르면, 최대 24개에 달하는 배터리 모듈을 배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전기차 스타트업으로 알려진 카누(Canoo)를 비롯해 한 번쯤 들어본 전기차 제조사들 역시 군용 전기차 버전 시제품을 미군에 납품한 사례가 있다.
군사적 실효성, 보장할 수 있을까?
작년 말, 미 육군사관학교 현대전연구소(Modern War Institute, MWI)에 게재된 칼럼(미해병대 장교 Walker D. Mills, MIT 링컨연구소 에너지 시스템 연구팀 Ryan Wiechens)에 따르면 미군은 순수 군용 전기차 외에도 하이브리드, 수소전기차까지 폭넓게 연구중이라 밝혔다.
신형 전술차량을 생산중인 오시코시는 하이브리드 전술차량(eJLTV)을 선보였고, GM은 쉐보레 콜로라도 기반 수소전기차 (Colorado ZH2 concept)를 공개한 바 있다. 이외에도 BAE 시스템즈는 브래들리 장갑차의 하이브리드 버전을 개발했다.
위 칼럼에선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군용차는 작전 수행 및 배출가스 감소 등 장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다만, 배터리 원자재(희토류) 수급 문제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중인 승용 전기차 생산으로 인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한계점을 지적했다.
전쟁이 발발하면, 원자재 수입 자체가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군은 2035년까지 하이브리드 군용차를, 2050년까지 순수 군용 전기차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체감상 먼 이야기지만, 국방분야 관점에서 10년, 20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간다. 과연 미군은 의도한 대로 차세대 군용차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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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터지면 무용지물 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