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트럭, 전기차로 개조
오히려 시큰둥한 반응
최근 르노트럭은 협력사와 함께 자사 디젤 상용차, ‘르노트럭 D’를 전기 트럭으로 변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용차의 파워트레인(엔진, 변속기 등) 파츠를 전기차 파츠로 바꾸는 원리다. 사실 과정 자체는 클래식카를 전기차로 바꿔 새 생명을 불어넣는 ‘EV 컨버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물류 업계에 적용하기엔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에 따라 실효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트럭은 상용차에 속하기 때문에 환경 외에도 이전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뛰어난 운행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행 기술로는 이를 만족하기 어렵고, 특히 국내 전기차 인프라를 고려하면 부정적인 인식이 앞서기 마련이다.
충전 때문에
이사까지 한 택시 기사
상용 전기차에 대한 인식이 처참한 이유는 전기택시 기사 A씨 사연을 살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전기차 구매 후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A씨는 업무 특성상 시내 곳곳을 정처 없이 떠돌아야 한다. 택시 업계에선 흔한 풍경이다. 하지만 A씨를 비롯해, 전기 택시를 운용하는 택시 기사들은 충전 때문에 너무 힘들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A씨는 열악한 충전 환경에 잦은 운행으로 충전 빈도가 높은 전기 트럭과 전기 택시가 몰리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심지어 충전기 업체에 수리를 요청해도 인력 부족으로 빠른 대응은 어렵다는 말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결국, 충전 문제로 운행 못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져 손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잘 갖춘 아파트로 이사를 하는 등 해결책을 강구해 왔다. 그러나 전기차가 많아져, 기다리는 시간은 여전했다고 한다. 또한, 겨울철 한파로 충전 성능이 떨어져 한참 동안 기다리는 등 스트레스만 쌓이는 중이라 답했다.
통계는 세계 최정상
그러나 현실은 최악
전국적으로 전기차는 약 45만 대, 충전기는 24만 대 정도가 보급됐다. 전기차와 충전기 비율은 약 2:1로, 이상적인 수치다. 심지어 OECD 국가 중 충전기 보급률은 세계 최정상일 정도다.
그러나 전기차 오너들은 의미 없는 통계라 비판한다. 시내로 몰리는 전기차를 감당하기엔 충전기 수가 모자란다는 불만이 상당하다. 또, 전기차 차주들 30% 이상이 충전기의 잦은 고장을 지목할 만큼 부실한 관리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여기에 잦은 운행으로 충전을 자주 하는 1톤 전기 트럭과 전기 택시가 몰려 24시간 충전 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 전기차 정책
현실성 따져봐야
이런 와중에 정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에 대한 장밋빛 미래를 예고 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터무니없는 목표라며, 달성 여부에 대해 선을 그었다.
▷ 전기차 보급 대수 113만 대 달성
▷ 충전기 51만 기 보급 달성
▷ 급속 충전기, 고속도로 우선으로 1만 2천 기 이상 설치
▷ 완속 충전기, 도보 5분 거리 내 50만 기 이상 설치
업계 전문가들은 단순 수량 늘리기는 의미 없다고 주장한다. 일차적으로 느린 충전 속도를 해결해야 하는데, 10%→80%까지 20분 이하인 250kW 이상급 초급속 충전 인프라는 극소수다. 여기에 초급속 충전을 지원하는 전기차 역시 일부 최신 모델로 국한된다.
심지어 10%→80%까지 50분 이내인 50~100kW급 급속 충전 인프라는 전체의 10% 규모다. 쉽게 말해, 충전기 회전율 개선이 급선무라는 의미다. 그러나 대안으로 제시되는 무선 충전, 도로 하부 무선 충전 선로 설치, 천장 이동식 충전기 설치 등은 시범 운영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북유럽 선진국 노르웨이도
전기차 때문에 골치
한편 노르웨이도 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하다. 이곳은 작년 한 해에 판매된 신차 80%가 전기차다. 2030년쯤 전기차 의무화에 나서는 인근 국가들보다 시기를 앞당겼기 때문이다.
노르웨이는 우리나라 인구의 10% 규모이며, 영토는 3배 이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곳도 전기차 충전 이슈로 고생이다. 심지어 노르웨이는 충전소 업체만 해도 수십 곳에 달할 만큼 활성화되어 있다.
위와 같은 문제로 노르웨이 정부는 ‘충전 편의성·신속성·경제성’ 해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미 친환경차로 완전히 돌아선 상황이기 때문에 되돌리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번 내용을 종합하면, 전기 택시·전기 트럭 등 친환경 상용차의 도입은 시기상조라 볼 수 있겠다.
따라서, 기술적 한계가 해결되기 전 까진 이번 전기 트럭 전환 소식에 주목할 소비자는 소수에 그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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