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왜 이렇게 멋지니?
911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가장 빠르지도 않고 가장 비싸지도 않지만, 가히 최고의 차라고 인정받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불을 지피는 911에 대해 알아보자.
“혹독한 독재와 전화 속에서도 핀 꽃 한 송이”
아돌프 히틀러는 바이마르 공화국을 무너뜨리고, 나치 독일 수상 자리에 오른다. 그는 독일 국민들에게 자가용을 보급한다는 ‘국민차 계획’을 수립해 폭스바겐(Volkswagen)과 포르쉐(Porsche)의 창립자 ‘페르디난트 포르쉐’에게 차량 개발을 의뢰한다.
독일의 추운 겨울 환경에 맞는 공랭 엔진을 탑재해야 한다는 조건과 엔진을 후륜 뒤에 배치한 후륜구동(RR, Rear engine-Rear wheel drive) 방식 등을 요구했다. 또 약 1천 마르크라는 저렴한 가격까지 내걸었는데, 모든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포르쉐 박사는 골머리를 앓는다.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체코의 자동차 제조사였던 ‘타트라(Tartra)’의 ‘V570’과 후속작 ‘T97’의 엔진 설계를 그대로 베껴 히틀러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안긴다. 그렇게 탄생한 차량이 바로 폭스바겐의 ‘캐퍼(Käfer)’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 시장을 겨냥한 이름인 ‘비틀(Beatle)’로 익숙한데, 둘 다 차량의 외모가 딱정벌레와 유사해 붙은 이름이다. 한 가정을 위한 이동 수단으로 고안된 자동차였지만, 살상을 뒤받치는 전쟁 물자로 이용되기도 했다.
종전 후 포르쉐는 비틀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356’이라는 스포츠카를 만든다. 수평 대향 엔진과 RR방식을 고수해 포르쉐 모터스포츠 역사의 굵직한 서막을 장식한다. 포르쉐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최초의 자동차인 ‘356’은 훗날 그 유명한 ‘911’로 이어지게 된다.
극한의 아름다움과 성능을 자랑하는 자동차는 많다. 경외감을 불러일으켜 심장을 미친듯이 뛰게 만들기도 한다. 누구나 가질 수는 없지만 꿈꿀 수는 있다. 꿈은 꾸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그 꿈이 포르쉐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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