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게이트와 실패한 EV 전략 후폭풍
압도적으로 저렴한 소형 EV 현실화
폭스바겐의 생존을 건 베팅 시작

폭스바겐 브랜드가 최근 공개한 ID.EVERY1(ID.에브리원) 콘셉트는 단순한 소형 전기차가 아니다. 2027년부터 양산될 이 차량은 폭스바겐의 명예 회복과 미래 생존을 책임질 ‘구원투수’다. 디젤게이트 이후 무너진 브랜드 신뢰, 미완성 상태로 출시돼 혹평받은 ID 시리즈, 독자 소프트웨어 부재 등은 폭스바겐에게 크나큰 타격을 안겼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탄생한 ID.EVERY1은 그야말로 ‘구속 180km짜리 직구’다. 가격은 £18,000(한화 약 3,300만 원)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며, 폭스바겐의 새로운 소형차 전략의 핵심 모델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는 국내 시장보다 자동차 판매가격이 높은 영국 기준의 가격으로,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예를 들어, 현대 인스터(캐스퍼 일렉트릭의 수출명)는 영국 현지에서 £23,505(한화 약 4,360만 원)부터 시작하는 정도다. 따라서 폭스바겐의 차세대 소형 전기차는 캐스퍼보다 약 천 만원 가까이 저렴한 가격으로 기존 시장의 규칙을 뛰어넘는 가성비를 보여줄 예정이다.
잘못된 소프트웨어 전략이 불러온 후폭풍

폭스바겐의 ID 시리즈는 개발 당시부터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의 전환을 목표로 했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독일은 오랜 프라이버시 문화와 보수적인 소프트웨어 산업 구조로 인해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 기술에서 뒤처졌고, 폭스바겐 또한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각 부품을 외부 공급업체에 의존하는 기존 제조방식은 전기차에 맞지 않았다. 시스템 간 통합이 이뤄지지 않아 ID.3, ID.4 등 초기 모델에서는 화면 멈춤, 기능 오류 등이 빈번했다.
폭스바겐은 이에 XPeng과 협업해 중국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최근에는 리비안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향후 글로벌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함께 만들기로 했다. 이와 동시에 ID.에브리원에는 리비안이 개발한 새로운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최초로 적용돼, 한층 향상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가격을 낮추고 디자인은 ‘폭스바겐스럽게’

ID.에브리원의 핵심 전략 중 하나는 ‘가성비’다. 600여 명의 엔지니어가 참여한 대규모 비용 절감 프로젝트를 통해 설계된 이 차량은 전기차임에도 월 운영비가 내연기관 소형차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폭스바겐은 밝혔다. 프런트 구동 기반 플랫폼과 95마력 전기모터, 38kWh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적용해 생산단가를 낮추는 한편, 사용자 편의성은 극대화했다.
디자인 역시 단순하면서도 신뢰감 있는 ‘진짜 폭스바겐’의 감성을 강조했다. 폭스바겐 디자인 책임자 앤디 민트는 “이 차는 단순하고 친근한 차다. 블랙 플라스틱을 없애고 불필요한 장식 없이 자신감 있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치백이면서도 긴 보닛, 깊은 휠아치, 와이드 스탠스 등은 시각적으로 ‘안정감’과 ‘안전함’을 준다. 이는 초보 운전자나 자녀용 차량을 구입하는 부모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용성과 사용자 경험 모두 갖춘 전기차

ID.에브리원의 실내는 단순하지만 직관적인 설계를 지향한다. 기존 폭스바겐의 인터페이스가 과도한 터치스크린 중심이었다면, 이번 모델은 물리 버튼과 직관적 UI로 회귀했다. 운전 중 볼륨 조절이나 온도 설정이 쉽도록 물리적 다이얼과 버튼이 배치되어 있으며, 메인 스크린은 단순한 메뉴 구조를 채택한다. 특히 렌터카, 카셰어링 등 다양한 사용자에게도 적합하도록 고려한 설계가 눈에 띈다.
좌석은 네 개뿐이지만, 넓은 트렁크와 뒷좌석 하단의 잠금 수납공간 등은 일상생활에서 높은 활용도를 보장한다. 예상 주행거리는 약 250km(155마일) 이상이며, 고속 충전 기능도 갖췄다. 폭스바겐은 이 차량이 단순한 시내 주행차가 아니라, 첫 차로서도 마지막 차로서도 손색없는 다용도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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