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갖고 있으면 꼭 내야 하는 게 있다. 바로 ‘자동차세’다. 그런데 ‘자동차세’하면 빼놓을 수 없는 혜택인 ‘연납 할인’이 올해부터 축소된다는 소식에 운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대체 어느 정도 줄어드는 것일까?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 불만이 가장 클까? 함께 살펴보자.
① 말도 안되는 현행 기준, 불만은 쌓이는 중
먼저 줄어드는 연납 할인 혜택 비율은 올해 7%를 시작으로 2024년 5%, 2025년에는 3%까지 떨어진다. 세금을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들자 최근 납세자들 사이에서 화두에 오른 것이 있다. 바로 자동차세 과세 기준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단순히 배기량의 차이에 따라 승용차 자동차세를 부과한다. 타고 있는 차가 얼마든, 연비가 어떻든, 어디서 생산(국산/수입) 했든 자동차세가 부과되는데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우리나라 기준대로라면 배기량이 적으면 세금을 적게 내게 되고, 배기량이 높으면 세금을 더 내야한다. 바로 이 점이 조세 형평성과 관련해 자동차세 납세자들이 불만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② ‘테슬라 < 아반떼’ 자동차세, 대체 왜?
말도 안된다는 현행 자동차세 기준, 실제 차량을 놓고 알아보자. 여기 배기량이 비슷한 소나타 2.0 가솔린 모델과 벤츠 A220 모델이 있다. 이 두 차량의 자동차세(30% 지방교육세 포함)는 얼마일까? 우선 차 값만 보면 소나타의 차값은 2592만원, 벤츠의 차값은 4450만원으로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
그런데 자동차 보유에 따른 자동차세를 현행 기준으로 하면 소나타가 51만 9740원, 벤츠 A220은 51만 7660원으로 오히려 소나타가 좀 더 많이 나온다. 이유는 소나타의 배기량이 벤츠 A220 보다 약 8cc 정도 더 높기 때문이다.
만약 전기차와 내연기관 차량을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이번에 비교 대상은 아반떼 1.6가솔린과 테슬라X다. 전자의 경우 차값 2143만 원에 자동차세는 29만 원이 넘지만, 후자는 차값 1억 6000만 원에 자동차세는 절반도 안 되는 13만 원이다.
대충 보더라도 테슬라X 차값이 훨씬 비싼데 아반떼가 2배 넘는 자동차세를 내야 하는 이유가 뭘까? 문제는 다름 아닌 ‘분류 방식’에 있었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그밖의 자동차로 구분돼 10만원으로 일괄 과세된다. 때문에 전기차는 지방교육세 30%를 더해도 13만원의 자동차세만 내면 된다.
문제는 전기차 사이에서도 있다. 기아차 니로 EV(4640만원), 현대차 아이오닉 5(5005만원), 테슬라 Y(8499만원), 테슬라 X(1억5999만원)를 놓고 봤을 때 차 값이 명백히 차이가 나지만, 자동차세는 13만 원으로 동일하다.
③ 현실 반영 안된 현행 자동차세 기준
우리나라에서 자동차세를 배기량만으로 매기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유는 다름 아닌 ‘환경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는 배기량이 클수록 탄소배출이 늘고,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그런데 업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탄소배출량은 내연기관 차량의 배기량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을 했다. 연비, 연료의 종류까지 다양한 변수를 예로 들면서 수십년간 발전해 온 차량 제조 기술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세를 부과할 때, 차량의 연령에 따른 감가상각을 적용하고 있다. 차량이 출시된 지 3년부터 11년까지 매년 5%씩 감가해서 11년이 넘은 차량은 자동차세의 50%를 내야한다.
이 말은 차량 연령에 따른 자산가치의 하락을 반영하는 셈인데, 환경문제 때문에 배기량을 기준으로 과세한다고 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기준이다.
④ 오래된 기준 쓰면서, 일단 10만 원 내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기차의 누적 등록대수는 39만대로 전년대비 68.4%나 급증했다. 수소차 역시 3만 대가 등록돼 전년도보다 52.7%가 늘었다. 그런데 현행 자동차세 과세 기준은 친환경 차량이 급증하고 있는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가장 크다.
이번에는 전기차에 수소차까지 더해 이 차들은 ‘그 밖의 승용자동차’로 구분되기 때문에 자동차세는 지방세법상 10만 원으로 일괄 부과된다. 대체 이 10만 원 부과는 언제부터 시행된 것일까? 알고 보니 이는 32년 전인 1991년부터 시작되었다. 이 말은 전기차가 생산되기 전에 구분하던 오래된 구닥다리 기타 차량 기준에 전기차와 수소차를 끼워 넣어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 된다.
■ 불편함은 오로지 차량 소유자의 몫?
사실 자동차세 관련 납세자들의 불편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전기차 등장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 속도는 거북이걸음이었고, 불편함은 계속해서 누적되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도로 위에는 내연 기관차가 달리고 있는 만큼 조속히 현실 반영된 자동차세 기준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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