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가격, 그레칼레
오랜 기간 실적 부진에 빠졌던 마세라티에 한 줄기 희망이 찾아왔다. 7년만에 선보인 중형 SUV 그레칼레의 출시로 실적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판매량이 집계된 4월 이후 평가를 살펴보면, 마세라티의 의도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는 모양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데이터를 인용하면, 4월 32대, 5월 43대로 주목할 만한 실적을 냈다. 타 브랜드 대비 초라한 실적이지만, 1~3월 월 평균 판매대수가 18대인 점을 감안하면 희망의 불씨를 지핀 것이다. 또한 작년 월 평균 실적인 46대에 근접하고 있어, 그레칼레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그레칼레의 트림 별 국내 판매 가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가솔린 2.0]
▶GT : 9900만 원
▶GT Type P : 1억 2100만 원 (추후 출시)
▶Modena : 1억 3300만 원
[가솔린 3.0]
▶Trofeo : 1억 6900만 원
포르쉐 겨냥, 승산 있을까?
그레칼레는 맞상대로 포르쉐 마칸과 카이엔을 지목했다. 보통 동급 모델끼리 자웅을 겨루는 사례가 많은데, 한 브랜드 내 두 모델을 겨냥한 것은 그레칼레의 제원 때문이다.
[그레칼레 사이즈]
▶길이 : 4850 mm (마칸 : 4725 mm / 카이엔 : 4930 mm)
▶너비 : 1950 mm
▶높이 : 1670 mm
▶휠베이스 : 2901 mm (마칸 : 2805 mm / 카이엔 : 2895 mm)
두 모델을 동시에 겨냥한 이유는 차체 크기와 휠베이스 때문이다. 그레칼레는 길이만 봤을 때 마칸과 카이엔 사이에 위치한다. 하지만 휠베이스는 두 모델보다 길다. 휠베이스는 실내 거주성과 관련 있는 수치다. 즉, 마세라티는 디자인 뿐만 아니라 공간성 역시 두 경쟁 모델과 맞붙어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가격을 봤을 때, 시작 가격 부터 두 모델보다 저렴하고, 최상위 모델로 올라가면, 카이엔 터보보다 1천만원 가량 저렴하다. 이런 점에서 억대 모델로 진입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여지가 있다.
주요 타깃층 다른데 괜찮을까?
하지만 마세라티 브랜드 특성상 직접적인 경쟁 모델이 되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마세라티 라인업의 경우, 이미 억대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오너가 세컨카 등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마세라티와 포르쉐 모두 차량 구매 후 다양한 옵션 선택이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실제 가격은 트림 별 가격과 상이할 수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우려는 현재까진 기우에 불과한 상황이다. 작년 11월 국내 출시 후 4월부터 고객 인도에 들어갔는데, 이미 약 200대 규모의 초도 물량은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세라티는 하반기 물량은 상반기보다 좀 더 많이 들여오기로 결정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그레칼레 단일 라인업으로 작년 수준 실적을 회복할 가능성도 있다.
과하지 않은 이탈리안 디자인
그레칼레는 지중해에서 부는 북동풍의 이름에서 따왔다. 마세라티는 늘 신차에 바람의 이름을 붙이는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 차의 성격을 알 수 있는데, 지중해 북동풍의 강력하고 시원한 바람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고 보면 된다.
이를 대변하듯 이 차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깔끔하다. 복잡한 가니시는 모두 덜어내고 오직 차의 전체 실루엣과 볼륨 등으로 고유의 멋을 나타냈다. 마세라티측은 이를 두고 과도한 장식이 없는 순수함, 트렌드에 구애받지 않는 특별함이라 표현한다.
전면부는 마세라티의 아이덴티티 룩이 잘 담겨있다. 시그니처 그릴과 트라이던트 로고가 가장 돋보인다. 헤드램프 디자인은 MC20 슈퍼카에서 영감을 받았다. SUV 특유의 높은 전고에 맞춰 조화롭게 디자인 됐다.
측면은 역동적이며 부드러운 곡선미를 볼 수 있다. 분명 SUV이지만, 날렵한 실루엣 덕분에 크로스오버의 감성도 함께 지니고 있다. 디테일 요소를 보면 프론트 휀다 위에 3개의 사이드 에어벤트가 보인다. 후면은 모처럼 아쉬움이 남던 과거의 리어램프 디자인에서 탈피했다. 유명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3200 GT에서 영감을 얻은 부메랑 형태의 디자인을 적용했다.
세련미로 가득한 인테리어
인테리어는 최신 트렌드를 따라간다. 12.2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12.3인치 및 8.3인치 디스플레이 탑재로 여러 기능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여기에 고급스러운 가죽 소재로 시트와 대시보드를 감싸 프리미엄 감성을 자극한다.
대시보드의 에어벤트 디자인은 수평으로 길게 배치해 세련미와 와이드한 느낌을 강조했고, 전반적으로 군더더기 없는 단정한 느낌을 유지한다. 중앙엔, 마세라티의 상징이었던 아날로그 시계를 디지털 스마트워치로 대체했다. 시간 뿐만 아니라 음성인식, 운전자-차량 사이의 인터페이스 역할까지 수행한다.
강력한 성능
이 차의 성능은 준수하다. 기본 모델인 GT는 2.0L I4 가솔린은 300 PS – 45.9 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0-100 km/h 도달시간은 5.6초로 빠른편이다. 한편 상위 트림인 Modena는 성능 업이 이루어져, 330 PS로 소폭 상승했다. 이로 인해 가속력은 5.3초로 역동적인 주행을 가능케 한다.
한편 상위 모델인 Trofeo는 3.0L V6 가솔린엔진이 들어간다. 530 PS – 63.2 kgm로 슈퍼카에 준하는 성능을 자랑한다. 덕분에 0-100 km/h 도달시간은 3.8초에 불과하다. 연비는 앞서 소개한 순서대로 각각 복합 9.9 km/h, 9.8 km/h, 8.0 km/h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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