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도로 차선
안 보이는 상황
운전자라면 비오는 날이 가장 싫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천 시 야간 운전은 최악의 조합이다. 미끄러운 노면, 어두운 주변, 빗방울 때문에 흐리게 보이는 시야까지 환장할 노릇이다.
여기에 도로 차선까지 잘 안보이는 일이 흔하다. 심하면 아스팔트 도로가 검게 보일 뿐, 차로 유지를 위해 앞 차를 보며 가늠해야 할 정도다.
하지만 최근 도로 차선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현상이 ‘비리’가 원인이라는 보도가 이어져 시민들의 공분을 사게 됐다.
저급 유리알 때문에
목숨 위협 받는 운전자들
지난 12일, 국회에서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렸다. 감사에 참석한 한 국회의원은 도로공사 사장에게 국내 도로 차선의 현 주소에 대한 비판을 이어나갔다. 문제점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비 올 때 고속도로 차선이 유독 잘 안 보인다.
▷ 운전자들은 이런 경험을 자주 겪는다
▷ 시력 문제가 아닌, (차선 도색 시공)비리의 문제
이러한 충격적인 의견이 나온 이유는, 실제 비리로 인해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무더기로 적발 됐기 때문이다.
검찰까지 나선 불량 유리알
비리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2021년, 도로공사에서 발주한 차선 도색 공사 과정 중 문제가 발생했다. 빛 반사로 차선을 잘 보이게 만드는 원료로 유리알이 포함된다. 헤드램프 불빛이 유리구슬에 닿으면 반사되어 되돌아가, 운전자가 차선을 인지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문제는 원래 사용해야 할 원료 대신 저가 원료를 섞어 사용하다 적발됐다. 이 일로 올해 8월, 일에 관계된 사람들이 검찰에 송치됐다.
현재 차선 도색에 사용되는 유리알의 단가는 7200원/kg이다. 한편 이번에 문제가 된 원료는 3500원/kg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상대적으로 유리알의 성능이 낮은 제품을 몰래 섞은 것이다.
부실시공에 연루된 관계자들은 정상 원료 8 : 저가 원료 2의 비율로 혼합했고, 그만큼 부당이익을 챙겼다.
작정하고 속이면 파악하기 어렵다
이번에 비리 문제를 거론한 국회의원에 따르면, 유리알이 섞인 후에는 맨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심지어 차선도색 전문면허가 없는 업체가 입찰에 참여한 다음, 타 업체로부터 도색 장비를 빌려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가 계속 되면 차선의 밝기가 기준치 이하로 떨어져, 야간 및 우천시 차선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이 심화될 것이다.
이번 소식을 접한 시민들과 감사에 참여한 국회의원은 보다 확실한 패널티를 부과해, 부정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한, 도로 차선 도색을 맡길 때 관련 자격을 비롯해 장비까지 충분히 갖춘 업체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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