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재용도 거를 듯” 기아 모닝 같은 7천짜리 럭셔리 경차

나름 럭셔리 경차
애스턴 마틴 시그넷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생소한 모습을 한 경차 한 대가 소개 됐다. 모닝같은 해치백 타입의 경차이지만, 범상치 않은 디자인과 브랜드 엠블럼은 엄청난 존재감을 발산한다.

이 차의 정체는 ‘시그넷(Sygnet)’이다. 영국의 럭셔리, 슈퍼카 브랜드 애스턴 마틴에서 만든 경차다. 대부분 이런 차를 왜 만들었냐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 차는 울며 겨자먹기로 만든, 이 브랜드의 흑역사 그 자체다.

환경규제가 낳은 
불운의 아이콘, 시그넷

시그넷이란, 새끼 고니를 의미한다. 작고 우아한 모습을 지향하기 때문에 적절한 이름이다. 하지만 시그넷이 등장한 배경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EU가 강력히 밀고 있는 배출가스 규제 때문에 탄생한 결과물이다. EU는 자동차 브랜드마다 배기량 기준을 정하고 초과하지 않도록 강제하고 있었다. 폭스바겐 그룹,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 등은 산하 브랜드가 상당히 많아, 유리했다.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특정 브랜드 외에는 배기량이 낮은 차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룹사 전체를 평균치로 내면 고배기량 차들이 즐비한 슈퍼카 브랜드의 평균치를 크게 낮춰, 규제를 피해갔다.

그러나 애스턴 마틴은 그럴만한 규모를 형성하지 못했다. 결국 배기량이 극단적으로 적은 경차를 내놓아, 브랜드 전체 평균을 내리는 수를 쓸 수 밖에 없었다.

즉, 판매량 개선이나 새로운 디자인 도전 등 미래를 위해 준비한 신차가 아닌, 규제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고육지책에 불과 했다는 의미다.

개발은 토요타, 엠블럼 갈아끼우기는 애스턴 마틴

이 차에 애정을 쏟기 힘들었던 애스턴 마틴은 ‘배지 엔지니어링’을 선택했다. 배지 엔지니어링이란, 하나의 모델을 여러 브랜드로 내놓는 것을 의미한다. 단, 브랜드 방향성 혹은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둔다. 

시그넷은 원래 토요타에서 개발한 경차다. 모델명은 iQ이며, 해치백 타입 경차로 분류된다. 1.0~1.3L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에 무단변속기 조합으로 경차 다운 성능을 갖췄다. 공간성 역시 마찬가지이며, 실용적인 시티카 그 자체였다.

애스턴 마틴은 토요타 iQ를 좀 더 고급스럽게 리뉴얼해, 시그넷을 만들었다. 그러나 태생이 대중브랜드였던 시그넷은 애스턴 마틴 고유의 멋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심지어 파워트레인 변화고 거의 없는 채, 출시 당시 기준으로 5천~7천사이 가격으로 책정됐다.

물가 상승을 고려했을 때 요즘 기준으로 1억에 가까운 가격인 셈이다. 결국 아무리 돈이 많아도 굳이 사야하나 싶은 차로 전락했고, 출시후 약 3년 사이 200대 이하의 초라한 실적만을 남겼다. 이후 주문제작 모델 등 특별 버전을 제외하면 단종 됐고, 특이한 차를 수입하는 마니아들만 찾는 차로 이름을 남겼다.

예술가 처럼 오히려 죽어서 유명해진 그런 차가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