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6시리즈 GT, 메르세데스-벤츠 AMG GT, 그리고 아우디 e-tron GT. 흔히 ‘독삼사’로 불리는 자동차 제조사는 ‘GT’라는 이름을 단 차량을 선보인다. ‘GT’는 무슨 뜻이고, 어디서 유래했을까? GT가 지향하는 바에 대해서 알아보자.
출처: NetCarShow(www.netcarshow.com)
교통과 통신이 오늘처럼 고도로 발달하지 않았던 17세기 무렵, 군인이나 귀족, 왕족 등 상류층은 사교계라는 고급 문화를 향유했다. 지적 대화나 세련된 활동을 바탕으로 기득권의 위치를 견고히 하고, 자녀들의 혼처를 정해 가문과 가문의 응집을 강화하는 자리였다. 사교계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상류층 집안 출신 이상의 무언가가 요구되었다. 예술과 문학, 건축과 사회, 그리고 경제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했다. 스펙-업을 위해 그들이 택한 방법은 바로 여행이었다. 상류층 자제들이 견문을 넓히고, 경험의 지평을 확장하기 위해 유럽 전역을 방문하는 여정. 곧 유럽 전역의 상류층 가문 사이로 퍼져나갔고, 사교계의 등용문이 된 이 여행이 바로 ‘그랜드 투어(Grand Tour)’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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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성년을 앞둔 부유층 자체들이 홀로 유럽 일주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랜드 투어’는 많은 인력과 자본을 동원하는 여정이었다. 여러 명의 가정교사는 물론, 짐 수발을 드는 하인, 통역관, 그리고 마차 행렬까지 수반되었다. 오늘날 ‘GT’는 ‘그란 투리스모(Gran Tourismo)’ 또는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의 약자로, 그랜드 투어에 사용된 마차에서 착안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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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GT’는 ‘장거리를 빠르고 편안하게 달릴 수 있는 차’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그랜드 투어의 역사와 목적을 이해했다면 GT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대번 감이 올 것이다. 단거리를 빠르게 쏘는 스포츠 성향과는 거리가 멀다. 대배기량 엔진이나 출력이 월등히 높은 전기 모터를 탑재하고, 넉넉한 실내 공간과 안락한 주행 질감까지 겸비한 자동차. 팔방미인이라는 단어가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있나. GT는 세단이나 SUV 같이 장르를 구분짓는 이름이 아니다. 자동차를 만들 때 제조사가 염두에 두어야 하는 핵심 가치다. 좋은 차 만들기로 소문난 ‘독삼사’가 GT라는 이름을 넣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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