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영화’ 파묘…시선 사로잡은 이 차는…?
영화 ‘파묘’의 누적 관람객수가 1천만 명을 돌파했다. 전통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을 엮은 플롯은 신선했고, 명불허전 배우들의 명연기 역시 일품이었다. 이른바 ‘MZ 무속인’ 화림(배우 김고은)과 봉길(배우 이도현)의 차량이 눈에 띈다. 차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유심히 살펴봤을 그들의 자동차. 카이엔에 대해 알아보자.
“캐시카우”였던…지금은 포르쉐 효자모델
카이엔은 포르쉐의 준대형 SUV다. 우리나라에서 총 4천8백여 대가 판매됐고(한국수입차협회, 2023), 포르쉐의 판매량 중 약 43%를 차지한다. 1억 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차량이지만, 포르쉐의 간판 모델로 큰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카이엔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무렵 세상의 반응은 오늘처럼 뜨겁지 않았다.
1990년대 말, 스포츠카만 만들어오던 포르쉐는 911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 또 911의 상징과도 같던 ‘수평대형 공랭 엔진’을 깨고 시장에 나온 첫 수랭식 911(996)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해 포르쉐는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경영 악화 속에서 포르쉐 브랜드를 구제한 것은 카이엔이었다. 폭스바겐의 투아렉과 아우디 Q7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 실용적인 SUV에 포르쉐 배지를 붙인 전략은 성공 신화를 기록했다.
고성능 SUV 시대의 개척자
포르쉐의 고성능 차량에는 ‘turbo’가 붙는다. 원래 자연흡기 엔진(carerra)과 터보 엔진을 구분하기 위한 이름이었지만, 오늘날에는 고성능을 뜻하는 단어로 의미가 변화했다.
2000년대 초는 SUV의 열풍이 휘몰아치던 때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고안한 ML 클래스에 고성능 엔진을 탑재해 ML 63 AMG를 출시했다. 이에 대한 맞수로 포르쉐는 ‘카이엔 터보’를 발표했다. 그뿐만 아니라 521마력의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엄청난 괴물을 ‘카이엔 터보 S’라는 이름으로 내놓았다. 카이엔 터보 S는 톡특한 레코드를 보유하고 있는데, 초대형 항공기 ‘에어버스 A380’을 42m 정도 끌었다고. 동체의 길이는 약 72m이고, 높이는 약 29m로 건물 9층 정도. 수백 톤 항공기를 끌 정도의 파워를 갖고 있는 괴물이다.
포르쉐는 나의 꿈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강남 지역에서 자주 눈에 띈다는 이유로 카이엔을 ‘강남 산타페’로 이야기하곤 한다. BMW의 5 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의 E 클래스를 ‘강남 쏘나타’라 하는 것과 더불어 몰개성을 희화화 하는 멘트다. 하지만 카이엔은 소중한 가족들을 위한 SUV가 되어주고, 오너의 운전 즐거움까지 챙길 수 있는 자동차다.
직장인 아버지가 911이나 718 같은 장난감을 덜컥 구매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캐시카우’ 보다는 ‘팔방미인’이라는 별명이 더 잘 어울린다. 주말 오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카이엔에 올라타 여가 시간을 보내러 가는 모습을 가슴 속에 슬며시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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