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현대차 의외로 순위 낮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환이 의외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지난달 31일 미국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가 발표한 전기차 전환 현황을 살펴보면 전 세계 20개 자동차 회사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13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는 유럽 주요 브랜드는 물론, 중국 제조사들보다 낮은 순위여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ICCT는 ‘2022 세계 자동차 메이커 순위: 누가 전기차 전환을 주도하는가?’ 보고서를 통해 주요 20개 자동차 회사들의 전기차 전환 순위를 매겼다. 현대차그룹은 이 평가 보고서에서 38점을 기록하여 종합 순위 공동 11위에 랭크됐다. 보고서는 점수와 순위에 따라 선도자, 전환자, 후발자 등으로 회사를 나눴는데, 현대차그룹은 중간 그룹인 전환자에 속했으며 그 안에서 현대차 보다 낮은 순위는 창안 브랜드가 있었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비전에 있어 긍정적 평가를 받아 왔다. 실제 E-GMP 기반 아이오닉 시리즈 모델들이 탁월한 퍼포먼스를 내면서 전기차 시대에서는 현대차의 위상이 올라갈 거라고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 평가는 그와는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며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② 1등은 누구?
해당 조사에서 1등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테슬라가 83점으로 가장 높이 올랐고, 2위는 73점을 받은 중국의 비야디였다. 이어 중위권(전환자그룹)에는 BMW가 56점(3위), 폭스바겐이 53점(4위), 스텔란티스가 50점(5위), 중국 지리자동차가 48점(6위), 르노자동차가 47점(7위), 메르세데스 벤츠가 45점(공동 8위), 제너럴모터스(GM)가 45점(공동 8위), 상하이자동차(SAIC)가 44점, 장성기차와 포드자동차가 현대차그룹과 같은 38점, 창안자동차가 36점을 기록했다. 후발자 그룹에는 순서대로 토요타, 혼다, 닛산, 타타, 마쓰다, 스즈키가 있었다.
③ 크게 3가지 평가 분야
평가 분야는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시장 지배력, 기술 성능, 전략적 비전이 그것이다. 현대차그룹의 평가 항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술 성능 분야에선 종합 점수 58점으로 준수한 점수를 받았다. 이 항목으로만 보면 테슬라 80점, BMW 78점, 폭스바겐 63점 다음으로 4위이다. 전체 회사 중 기술 성능 분야로만 보면 4위다. 현대차그룹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건 테슬라(80점), BMW(78점), 폭스바겐(63점) 뿐이다.
세부 항목에서도 현대차의 기술력은 빛났다. 충전 속도는 75점으로 테슬라에 이어 2위이며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거리도 73점으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심지어 배터리 재활용 항목에서는 최고 점수인 100점을 받았다. 그만큼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종합 순위가 낮아진 항목은 전략 비전에 있었다. 여기서 현대차는 20점 밖에 받지 못했다. ICCT는 전기차 전환 비전에 대해 전기차 판매 장기 목표, 투자 금액, 경영진 보상과 전기차 개발의 연계 정도를 따져서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외에 판매량을 기준으로 한 시장 지배력 분야 역시 35점으로 평균을 밑도는 성적을 기록했다.
업계는 현대차의 전기차 전환이 급진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평가 세부 항목에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평가 항목에서 알 수 있듯 기술 분야에선 최고 수준이지만, 판매량과 비전, 시장 지배력은 평균을 밑돌고 있다. 특히 중국 브랜드의 시장 지배력 점수는 현대차를 크게 압도하는 수준이다. 현대차의 보다 현실화된 전략적 비전이 필요한 때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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