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오너들, 뜬금없는 질문?
2023년, 전기차는 얼리어답터 분위기를 벗어 던졌다. 이제 내연기관차와 함께 주류로 편승해 수 많은 소비자들의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배터리가 들어가는 ‘친환경차’의 전체 보급대수는 올해 초 기준 150만대를 넘어섰다. 전체 차량 등록 대수의 5%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생각보다 흔히 보일 만큼 광범위 하게 보급 됐다.
이 중 전기차는 39만대이며, 수소전기차는 3만대, 하이브리드차는 117만대로 집계됐다. 대체로 세수 혜택 및 보조금에 의지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지만, 친환경차 기술의 발달로 보급형 전기차 개발에 유의미한 진전이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친환경차 차주들이 부쩍 늘면서 새로운 이슈가 생겼다. ‘전기차가 벼락에 맞으면 어떻게 될까?’ 엉뚱한 질문 같지만, 날벼락을 맞는 차들이 가끔 외신 보도를 통해 소개될 만큼 아주 드문 현상이 아니다.
벼락은 사망위험 높은 자연 재난
벼락은 구름과 지표면 사이에서 전기의 방전이 일어나 만들어진 번개다. 보통 새까만 적란운에 의해 폭우가 쏟아져 습기가 많은 환경에서 자주 발생한다. 전기 전도성이 좋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때 벼락의 전류는 평균 4만∼5만 암페어(A)의 위력을 가지며 큰 규모는 수십 만 암페어에 이르기도 한다.
참고로 전류 세기 별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0㎂(마이크로 암페어) : 심장에 도달할 경우, 심실세동으로 인한 순환 부전으로 사망위험
▶1mA(밀리 암페어) 이하 : 조금 따가운 느낌
▶5mA : 약한 경련
▶20~100mA : 강렬한 경련, 전기고문 수준
▶100mA 이상 : 감전사로 죽을 수 있는 수준
이 처럼 작은 단위의 전류로도 사망할 수 있다. 그런데 벼락은 수 만~ 수십 만 암페어다. 이 때문에 벼락을 맞았을 때 땅과 접지상태가 아니면 거의 즉사한다.
전기차에 떨어지면 사람은 안전할까?
이처럼 무시무시한 벼락이 전기차에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사람은 멀쩡하다. 전기차도 터지지 않고 겉으론 멀쩡한 상태가 유지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차 외부로 전류가 통하고 내부로 전류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소재차이로 생각하면 쉬운데 겉은 금속, 내부는 플라스틱과 각종 섬유, 가죽 소재같은 부도체(절연체)다. 세상에 100%란 없지만 높은 확률로 승객은 살아남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차 외부에 내려친 벼락은 내부를 거치지 않고 순식간에 외부 강판을 타고 타이어를 통해 땅으로 흡수된다.(접지) 타이어는 일반적으로 전류를 잘 통하지 않는 고무로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전류가 통할 수 있는 벨트(철사)나 비드 등 금속 소재가 들어있기 때문에 벼락이 타이어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승객은 멀쩡하다.
전기차는 멀쩡할까?
이를 과학용어로 이야기 하면 패러데이 새장(Faraday cage) 또는 패러데이 실드(Faraday shield) 혹은 호프만 상자(Hoffman Box) 효과 덕분이다. 전기 전도성 물질로 둘러싸인 구조는 외부의 정전기장을 차단하는 효과를 의미한다.
한편 전기차 자체를 살펴보면 배터리나 전장 부품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막대한 에너지가 유입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전류가 흐르는 부품이 망가질 가능성이 높다. 아마 배터리 안전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할텐데, 전기차에는 퓨즈 등 각종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벼락에 대비한 것은 아니지만, 비정상적인 에너지 흐름이 감지 됐을 때 순간적으로 전력을 차단해, 폭발 사고를 막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벼락이 자주칠 것 같은 날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상책이다. 만에하나 이동중 차에 벼락이 떨어졌다면, 시동을 바로 끄고 잠잠해질 때 까지 기다렸다가 곧바로 정비소로 차를 보내는 것을 권장한다. 겉 보기에 멀쩡해 보여도 온갖 전장 부품들이 망가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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