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는 전동킥보드 무법지대
킥보드 사망사고는 잊을만 하면 보도되는 사회적 이슈로 자리잡았다. 면허 소지자에 한해 탈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이 개정된 지 2년 넘게 지낫다. 하지만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몇 개월 전, 새벽녘 서울 서초에서 A(17)양이 전동 킥보드 뒤에 친구 B(17)양을 태우고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다 택시와 부딪혔다.
두 사람은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한 명이 사망하고 한 명은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택시 기사는 파란불에 정상 주행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무면허 운전에, 신호까지 위반한 A양 역시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다는 방침을 밝혀 주목받았다. 큰 사고로 부상을 당했으나,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탓이다.
최근엔 외국인들을 비롯해 젊은 연령대의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입구역 인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인 탑승, 보호장구 미착용, 무단 횡단, 역주행 등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허술한 면허 인증 제도
지난 2021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는 운전면허를 소지한 성인 또는 원동기장치 자전거 면허를 취득한 만 16세 이상만 탈 수 있다.
주행 시에는 반드시 안전모를 착용해야 하며 한 대에 두 명 이상이 타면 안 된다. 또 안전모 미착용 시 2만원, 승차정원 초과 탑승 시 범칙금 4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형식적인 법에 불과하고 현장에선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허술한 ‘면허 인증’ 제도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은 탓에 10대 학생들의 무면허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회원 가입과 결제카드만 등록하면 대여가 가능한 사례가 많은 탓이다.
이번 사고 역시 학생들에게 대여 업체가 면허 인증을 요구하지 않아 킥보드를 아무 제한 없이 빌릴 수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단속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현행법상 업체의 면허 확인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범칙금 10만 원이 부과되는 개인형 이동장치의 무면허 운전 금지 의무는 이용자에게만 있다. 다시 말해 면허가 없는 10대 이용자는 단속에만 안 걸리면 그만인 상황이다.
사고는 계속해서 증가한다
전동 킥보드 등과 관련한 사고 건수와 사상자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8년 전동 킥보드와 관련한 사고 건수는 225건이었지만 2021년 1935건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사망자 수는 4명에서 19명으로 늘었고, 부상자 수도 238명에서 1901명으로 증가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전동 킥보드 규정 위반과 관련한 단속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안전모 착용 등 도로교통법이 강화된 첫해인 2021년 5월 13일부터 2022년 5월 12일까지 전동 킥보드 위반 단속 건수는 10만4874건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안전모 미착용이 8만3001건, 승차정원 위반이 576건, 무면허가 1만163건, 음주운전이 4162건, 기타가 6972건이다.
특히 제도의 허점이 맞물리며 10대 킥보드 사고도 예외 없이 증가했다. 19세 이하 청소년의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 규모는 2017년 12건에서 2021년 549건으로 5년 새 40배 넘게 뛰었다.
물론 이 기간 동안 전동 킥보드의 보급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맞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증가폭이 가파르다. 여기서 무면허로 주행하다 적발된 사례는 3,482건(2021년)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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