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테슬라 코리아, 또 할인 들어간다
테슬라가 국내 판매 중인 모델 가격을 또 인하했다. 그런데 ‘횟집 싯가’에 비유되기도 하는 이들의 할인은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내만 해도 수개월전 이미 할인을 진행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할인의 이유를 알 필요가 있다. 신차 출시 전 재고할인, 점유율 확대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현재로썬 ‘실적 부진’에 무게가 많이 실리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얼마나 안 팔렸길래 할인을 하게 된 걸까? 할인 금액이 적지 않다던데, 손해 보는 장사 아닐까? 함께 살펴보자.
② 최대 할인 금액, 무려 1500대 중후반
올해 초에도 테슬라는 주요 제품인 모델 3와 모델 Y의 가격을 내렸다. 모델 3는 600만 원, 모델Y는 1165만 원 내린 가격표를 붙였다. 이보다 한 달 전인 작년 말에는 모델 3 가격을 600만 원, 모델 Y 가격을 1000만 원 할인했다.
테슬라코리아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모델 S AWD(네바퀴굴림) 가격은 기존 1억 2806만 원에서 1억 1525만 원으로 1280만 원 내려갔다. 고성능 제품인 모델 S 플래드는 1억 4106만 원에서 1억 2554만 원으로 1551만 원 가격이 떨어졌다.
모델 X AWD(네바퀴굴림) 국내 판매 가격은 기존보다 1430만 원 낮아진 1억 2875만 원, 고성능 모델 X 플래드는 1570만 원 내려 1억 4135만 원에 판매 중이다. 비용을 지불해야 했던 외장 색상 옵션도 무료로 변경됐다. 215~430만 원에 달했던 옵션이었던 만큼, 소비자가 체감하는 인하폭은 더 클 전망이다.
가격 외 성능은 동일하다. 앞서 북미시장에서는 가격을 내린 대신 스탠다드 모델의 주행거리를 줄인 사례가 있다. 배터리와 모터는 똑같지만, 소프트웨어를 통해 주행거리와 성능을 제한한 것이다. 다행히 국내는 해당되지 않는다.
③ 반등 위한 노력에도 ‘반토막’ 행진
수입차협회와 업계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의 지난 1~7월 국내 누적 판매량은 3846대로 전년 동기(6750대) 대비 43% 급감했다. 2년 전(1만 1649대)보다는 67% 감소했다. 2년 연속 ‘반토막’ 행진이다.
반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량은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005380) 전기차 모델은 작년보다 13.4% 증가한 4만 3506대 판매됐고, 기아(000270) 전기차 판매량도 12.2% 늘었다.
테슬라는 올해 들어 공격적인 신차 출시와 서비스 강화, 가격 인하 등 판매량 반등을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전기차 수요 감소와 경쟁 심화 등 요인으로 끝내 반등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약 2000만 원 저렴한 중국산 모델Y가 본격적으로 출고되면 판매량이 다소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④ ‘싯가’ 테슬라, 할인은 국내말고 더 있어
판매량 ‘상승’이라는 다른 결과를 낳았지만, 할인은 국내 시장만이 아니다. 지난달 테슬라는 북미에서 가격을 지난해보다 14~28%쯤 인하했다. 모델 3의 경우 4만 7000달러(약 6200만 원)에서 4만 달러(약 5275만 원)로, 모델 Y는 6만 6000달러(약 8700만 원)에서 4만 7200달러(약 6220만 원)로 가격을 내렸다. 모델 S는 가격이 10만 5000달러(약 1억 3800만 원)에서 8만 7500달러(약 1억 1530만 원)로 떨어졌다.
중국에서도 테슬라는 모델 S와 모델 X의 가격을 각각 5만 6000위안(약 1000만 원), 9만 8000위안(약 1780만 원) 내린 69만 8900위안(약 1억 2690만 원), 73만 8900위안(약 1억 3400만 원)으로 조정했다. 특히 이곳에선 지난달에도 두 제품 가격을 각각 75만 4900위안(약 1억 3700만 원), 83만 6900위안(약 1억 5200만 원)으로 내려 업계의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모델 Y 롱레인지와 모델 Y 퍼포먼스의 가격도 1만 4000위안(약 254만 원)씩 인하했다.
⑤ 믿는 구석이 있었던 테슬라
일각에선 이러한 할인에 대해 ‘수익성 악화’를 우려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주요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인하하고 있다. 그렇다면 리스크를 안고도 ‘할인’이라는 카드를 계속해서 내미는 이유는 뭘까? 업계 전문가들이 본 이유는 두 가지로, 효율적인 생산 공법에 대한 자신감 표현이자 후발 주자들의 추격 뿌리치기 위함으로 봤다.
먼저 효율적인 생산 공법에선, 테슬라는 초대형 생산기지인 기가팩토리에서 기가캐스팅 공법 덕분에 생산단가를 기존 대비 약 40% 줄였다. 여기서 기가캐스팅은 단 한 번의 주조로 전기차의 차체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차체 조립 시 수많은 리베팅 공정(접합 기술 중 하나)이 생략된다. 업계에선 테슬라가 이 공법을 통해 가동시간 단축과 차체 제작비용을 단축하고 이를 전기차 가격 인하에 활용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보다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해 원가를 더 낮췄다. 통상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중요 부품이다. 이와 관련해 실제로 국내 판매된 중국산 모델 Y에는 LFP 배터리를 탑재, 판매 가격을 기존 모델보다 2000만 원 가량 낮췄다.
테슬라의 할인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건 일부 업계 관계자들 말처럼 이 과정에서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떨어뜨리는 악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과연 장기적으로 할인이 테슬라에게 도움 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