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점점 더 판 커지는 ‘충전 동맹’
지난 5월, 포드가 NACS 방식을 채택하겠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충전 동맹’의 판이 커지고 있다. 최근엔 GM, 볼보, 폭스바겐 리비안 등이 합류하면서 미국 전역으로 NACS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미 백악관도 한몫 거들었다. 지난달 백악관은 CSS와 함께 NACS 커넥터를 제공하는 충전소도 연방 보조금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참고로 NACS는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기술이다. 이제 약 2달이 지난 시점, 그렇다면 포드발 ‘충전 동맹’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함께 살펴보자.
② 주요 완성차 업체 모두 영향권
리비안이 충전 동맹에 합류하기 전, 업계에 화제가 된 소식이 하나 있다. 바로 ‘스텔란티스 합류 검토’ 소식이었다. 확정이 아닌 검토인데 주목받은 이유는 뭘까? 미국에서 스텔란티스는 포드와 GM을 비롯해 3대 완성차 기업으로 꼽힌다.
이런 업체가 합류하게 되면 전기차로 미국 대부분 지역이 테슬라 영향권이다. 참고로 테슬라와 포드, GM의 미국 시장 전기차 점유율만 해도 70%를 웃돌고 있다. 여기에 테슬라의 급속 충전소인 ‘슈퍼차저’는 미국과 캐나다의 전체 급속 충전기 수량의 60%에 달한다.
③ 의외의 반대 세력 등장
핫한 이슈인 ‘충전 동맹’, 의외의 반대 세력도 존재했다. 바로 미국 내 기존 충전 설비 업체들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텍사스주가 주 정부 지원 충전소에 테슬라의 NACS 커넥터 구축을 의무화하려는 방침을 세운 데 대해 충전소 운영업체인 차지포인트, 충전기 제조업체인 ABB 등 5개 업체와 청정에너지협회가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들은 텍사스 교통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업계 전반에 걸쳐 테슬라 커넥터의 안전성과 상호 운용성을 적절하게 표준화하고 테스트, 인증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당장 NACS 구축을 요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테슬라 커넥터를 기존 미국 표준인 CCS와 함께 설치하려면 관련 부품 인증 등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작업이 필요하고, 추가 설비를 보장할 부품 공급망 또한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④ NACS가 진짜 표준이 된다면?
만약 미국이 테슬라 방식을 표준으로 쓴다면, 한국은 CCS1을 채택한 유일한 곳이 된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고민을 깊어지게 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북미 전기차 판매에 타격을 입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참고로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된 유럽연합, 일본, 중국은 각각 CCS2, 차데모(CHAdeMO), GB/T를 충전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테슬라 NACS가 정말 미국 충전 표준 규격으로 전환된다면 어떻게 될까? 앞서 말한 부분 외에도 일단 미국과 충전 표준이 같은 국가로 혜택을 누리다가 한순간에 직격탄을 맞게 되는 꼴이 된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국내용과 수출용 전기차에 서로 다른 커넥터를 달아야 하는 불편함을 겪게 된다. 이 밖에 기술 개발에도 차질이 생긴다. 현대차그룹만 CCS1 기술을 쓰는 기업으로 남을 경우, 협업이 사라져 개발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불어나기 때문이다.
⑤ 판매 타격 예상, 현대차그룹 의견은?
충전 편의성은 전기차의 핵심적인 구매 요인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또한 이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참고로 실제 지난해 미국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기준 1위는 ‘충전 편의성’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최근 슈퍼차저를 활용한 전기차 보급이 가속화하는 반면 현대차그룹은 북미 전기차 판매에 타격을 입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NACS로 바꾸는 것에 대해 아직까진 회의적인 입장이다. 최근 열린 투자자 행사에서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800V 체계에 맞게 차량을 설계한 반면, 테슬라는 최대 500V 충전만 가능하다”라며 “충전 시간이 늘어나면서 고객 불만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인즉 적어도 당장에는 미국 충전 흐름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⑥ 슈퍼 차저 개방, 이유는 따로 있다?
충전 동맹을 잘 활용한다면, 테슬라에겐 그야말로 잭팟이다. 이유는 미국 연방정부가 이미 충전기 네트워크 확장 장려를 위해 진행하는 5억 달러 99조 8천억 원)의 지원 프로그램에 NACS를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 지원금이 슈퍼 차저를 개방한 유일한 이유가 아닐 것이라는 말이 나와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주장엔 충전기를 활용한 테슬라의 정보 수집 방식이 큰 이유가 되었다. 실제로 테슬라 충전기는 큰 구멍 3개와 작은 구멍 2개 등 총 5개로 구성돼 있으며, 3개의 구멍은 전력 공급용이며 작은 구멍 2개는 데이터 수집용 포트다.
테슬라는 이 데이터 수집용 포트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충전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데이터는 리튬이온배터리 스택의 상태와 전기적 효율성, 충전 속도, 배터리 관리 시스템 등에 관한 정보다. 전문가들은 이 포트는 이보다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만약 의도가 정말 이것이라면, 동맹을 맺은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테슬라 입장에선 이 데이터를 상품화해 다른 사람들에게 판매, 수익을 챙길 수도 있다.
최근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테슬라 충전 시스템이 북미에서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하나의 충전설비 안에서 두 개의 충전 방식이 원활히 호환될지 여부와, 충전 설비 공급 업자들과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계속해서 발목을 잡고 있다. 과연 테슬라의 NACS는 이러한 우려를 떨쳐내고 최근 흐름을 이어서 결국 표준화가 되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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