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현대차그룹과 슈퍼차저, 참 안맞네
전기차를 충전할 때 테슬라는 NACS를, 현대차는 CCS를 각각 충전 규격으로 쓴다. 두 충전기 커넥터의 단자 모양은 서로 다른데, 최근 테슬라는 타사 전기차도 슈퍼차저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현대차그룹 전기차는 테슬라 슈퍼차저를 이용할 때 충전 속도가 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전 시간이 되려 줄어든다니 대체 무슨 말일까? 함께 살펴보자.
② 80%까지 충전하는데 73분?
테슬라 슈퍼차저는 유럽 충전 CCS-2방식도 사용할 수 있다. 2021년 말부터 시범적으로 테슬라 이외의 차종도 충전이 가능하도록 제한을 해제했다. 즉 다른 제조사의 전기차도 얼마든지 테슬라의 충전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얼마전 미국의 한 전기차 전문매체가 슈퍼차저에서 현대차 아이오닉6를 충전한 결과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73분이 걸렸다. 현대차그룹 급속 충전기로 충전했을 때 18분인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더 느리다. 참고로기아의 EV6 스탠다드는 역시 18분에서 63분으로 늘어난다.
③ 뚝 떨어지는 속도, 이유는 전압?
18분과 73분, 이렇게 차이나는 이유는 뭘까? 그건 바로 전압 차이다. E-GMP에 기반한 현대차 아이오닉5·아이오닉6, 기아 EV6, 제네시스 GV60 등은 800V 전압으로 설계됐다. 최대 350㎾의 높은 전력을 이용해 빠르게 충전한다. 반면 전기차를 400V 전압으로 설계한 테슬라는 슈퍼차저(V3)도 500V급에 그친다. 500V 전압은 최대 250㎾급 전력만 내기 때문에 충전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800V 고전압을 이용하는 전기차들은 슈퍼차저에서 충전 속도가 250㎾가 아닌 50㎾로 늦어진다. 이는 루시드 에어(900V) 등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을 쓰는 다른 전기차에서도 나타난 현상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그룹 전기차는 800V 초고속 충전으로 설계돼 있는데, 테슬라 슈퍼차저를 활용하면 오히려 충전 속도가 늦어진다”며 “고객 관점에서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④ 해결책은 슈퍼차저 V4?
미국의 한 현지 매체는 테슬라가 최대 1000V 전압 충전을 본격적으로 지원하면 현대차그룹이 NACS 연합에 참여하는 데 관심을 가질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서 ‘1000V 전압 충전’은 테슬라의 슈퍼차저 V4를 의미한다.
슈퍼차저 V4는 지난해 테슬라에서 공개한 새로운 충전기다. 테슬라에 따르면 이 슈퍼차저는 최대 충전 전압이 1000V에 600Kw 급 충전을 지원한다. 또한 기존 슈퍼차저와는 다르게 DC-콤보를 지원한다. 만약 실제로 슈퍼차저 V4가 테슬라가 공개한 성능대로 작동한다면 충전시간을 11분 미만으로 단축시킬 수 도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 충전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상용화될 경우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실 현대차 외에도 루시드, 포르쉐 등 고전압 충전 설계를 고수 중인 아이오닉 6와 마찬가지로 충전 속도 저하를 피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슈퍼차저 V4의 경우 충전시간을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높은 출력의 충전기를 전기차의 배터리가 버텨줄 수 있을지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 때문에 이들의 테슬라의 충전 동맹 합류는 시간을 좀 더 당장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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