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전기차 충전기 연합하는 미국 브랜드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존재감이 더 커지고 있다. 단순히 전기차 판매뿐만 아니라 충전기 분야에서도 테슬라 방식을 따르는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가 자사의 충전 네트워크인 슈퍼 차저를 GM(제너럴모터스)에게 공개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이다. 12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메리 바라 GM CEO는 지난 8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SNS를 통해 테슬라와 충전 네트워크 사용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포드 역시 자사의 전기차가 슈퍼차저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슈퍼차저는 북미 지역에만 1만2,000대가량 분포해 있다.
이에 따라 2024년 초부터 미국과 캐나다의 모든 포드 및 GM 전기차는 테슬라 슈퍼차저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포드와 GM은 내년 초 전기차 소유주에게 테슬라 어댑터를 제공하고, 2025년부터는 테슬라 충전 포트를 갖춘 상태로 신형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방침이다.
② 테슬라의 NACS와 산업 표준 CCS
현재 급속충전 규격의 글로벌 표준은 DC콤보(CCS 충전 단자)이다. 포드와 GM을 비롯해 폭스바겐, 현대차그룹, 스텔란티스그룹 등 대부분의 제조사가 해당 충전 단자를 사용하고 있다. 이외에 일본의 차데모, 중국의 GB/T 그리고 테슬라의 독자 규격 NACS가 있다.
하지만 테슬라와 포드, GM이 NACS로 충전 연합을 구축하면서 NACS의 비중이 급격히 올라가게 되었다. 이로써 경쟁 브랜드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게 되었다. 올해 1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테슬라가 62.6%로 1위, GM이 7.9%로 2위다. 포드는 4.2%로 5위를 기록 중이다. 미국 전기차 시장 4분의 3 가까이가 테슬라의 충전 규격을 사용하는 셈이다.
테슬라에게는 엄청난 이익이다. 포드와 GM 전기차 운전자들이 테슬라 충전소를 이용하면서 내는 요금이 모두 테슬라의 수입이 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의 애널리스트 앨릭스 포터는 9일(현지시간) 리서치 노트에서 테슬라가 포드·GM과의 충전소 계약 덕분에 충전소에서만 내년부터 2030년까지 30억달러(약 4조원), 2032년까지 54억달러(약 7조원)를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③ 현대차에게 위기?
아무래도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에게 위기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충전소 인프라 확충 및 IRA에 대응하기 위해 수조원을 투입하고 있는 현대차인데, 미국 제조사들이 충전 규격을 통일한다면 소비자들이 더욱 그쪽으로 몰리며 현대차그룹의 판매량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도 NACS로 전환할 수는 있지만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아이오닉5와 EV6 등에 탑재된 V2L 기능을 NACS로 사용하려면 별도의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환성 문제로 충전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 NACS와 CCS를 동시에 탑재할 수는 있겠지만 가격이 비싸고 각종 손상에 취약하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소비자에게 판매해 수익을 얻는 B2C 사업에 멈추지 않고 기업을 고객으로 삼는 B2B 사업을 통해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고 있다. 마치 애플과 아마존이 그들 각자의 생태계를 구축할 때처럼 테슬라 역시 고유의 기술을 타 기업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생태계를 꾸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NACS는 글로벌 표준인 CCS를 위협하게 될까? 테슬라 월드 안에서 과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판도는 어떻게 흘러가게 되고, 그 안에서 현대차는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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