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타페 디자인 선공개, 좀 과했나?
싼타페 풀체인지 모델은 갤로퍼의 후손, 저가형 레인지로버, 디펜더 닮았다와 같은 말이 많았다. 최근 현대차가 디자인 선행공개를 하면서 막연했던 논란은 선명한 불길이 됐다.
이번 모델은 2018년 4세대 출시 이후 5년만에 다시 돌아왔다. 바로 직전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사실상 실패였다. 동급 경쟁 모델인 쏘렌토에 크게 밀려, 과거의 명성에 금이가는 계기가 됐다. 마치 쏘나타 뉴라이즈와 DN8로 이어진 실패로 K5에 밀리며 국민 세단 지위를 넘긴 것과 같은 이치다. 때문에 현대차 입장에선 이번 신차만큼은 성공해야 한다.
현대차에 따르면 신형 싼타페는 자연과 도시를 연결하는 1세대 싼타페의 디자인 컨셉을 계승했다 밝혔다. 또한 새로운 변화를 통해 도심과 아웃도어 라이프 스타일에 최적화된 디자인이라 밝혔다.
설명은 거창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측면 실루엣이나 오프로드 SUV 같은 느낌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전면부 H 형태의 DRL과 후면 리어램프 디자인에 대해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불호에 해당하는 의견을 종합하면 H 자 DRL을 넣는 바람에 이상하다는 반응과 후면 리어램프 디자인 때문에 상당히 어색한 디자인이 됐다는 주장이다.
전반적으로 과거 SUV 디자인이 더 나아보인다는 의견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요컨대, 컨셉에 심취해 오히려 잡아먹힌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물론, 네티즌 의견이 신형 싼타페 잠재고객 모두를 대변하는 건 아니다. 다만 어떤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는지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작은 차는 크로스오버, 큰 차는 클래식한 감성 강조
소형 모델에는 정통 SUV 감성보다 CUV 디자인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CUV는 크로스오버의 약자다. 날렵한 인상에, 적당한 적재공간까지 골고루 갖춰, 주로 젋은 소비자들의 수요가 몰린다. 한편 중형 이상 SUV는 정통 SUV의 면모가 강조된다. 이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주요 구매 연령층을 따져볼 만 하다.
전자는 젊은 소비자들이 주로 선호한다. 합리적인 가격과 트렌디한 디자인, 실용성까지 골고루 갖췄기 때문이다. 한편 중형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이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현대차를 기준으로 보면 신형 싼타페의 경우 사실상 준대형~대형에 해당하는 덩치다.
팰리세이드와 함께 SUV 상위 라인업에 배치돼, 단순히 세련미만 추구해선 안된다. 그도 그럴 것이, 차 가격이 대략 3천 중후반~4천대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좀 더 고급스러운 면모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캘리그래피 등 상위 트림은 나파가죽, 프리미엄 감성의 휠 디자인 등 전용 파츠가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신형 싼타페, 혹시 뉴트로 감성은 아닐까?
현대차는 1세대 싼타페의 컨셉을 계승한다 밝힌 바 있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도심형 SUV에서 오프로드 형태의 정통 SUV로 회귀 한것에 대해, 갤로퍼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한다. 소비자들 역시 이와 유사하게 보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대차가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아이오닉 5가 포니를, 신형 그랜저가 각 그랜저를, N Vision 74 컨셉카가 포니 쿠페를 재해석해 호평을 받은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지금도 리스토어 인기 모델인 갤로퍼를 어느정도 참고해,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다.
이는 영국의 복식 학자, 제임스 레이버가 주장한 ‘레이버의 법칙’으로 설명 가능하다. 이 법칙은 오래된 디자인 일 수록 구닥다리로 보지 않고 오히려 신선하게 받아들이거나 고급스럽고 아름답게 느낀다는 주장이다.
대체로 30년 이상 오래된 트렌드에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데,
▶포니는 약 50년
▶갤로퍼는 약 30년
역사를 지녔다.
레이버의 법칙을 따르면, 포니는 매력적이며 고풍스러운 모델에 속하고, 갤로퍼는 흥미로운 디자인에 속한다. 크게 봤을 때 모두 레트로 디자인에 속하며, 현대차는 이를 요즘 식으로 재해석한 뉴트로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 것으로 생각해 볼만 하다.
도전은 좋지만, 사람들 시선도 중요
현대차는 일관성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페이스리프트를 비롯해 풀체인지 모델은 이전에 봤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풀체인지 급 변화’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사실 현대차 같은 대중 브랜드 입장에선 당연한 선택이다.
폭스바겐을 비롯해 르노, 푸조, 스코다, 세아트 등 대중 브랜드의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이다. 헤리티지만 보고 끌고가기엔 회사의 동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특히 글로벌 소비자 전체를 상대로 실적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늘 새롭고 파격적인 신차를 내놓을 수 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대차가 추구한 싼타페의 디자인은 어느정도 납득할 만 하다. 다만, 현대차의 이니셜, H를 형상화 한 DRL 및 리어램프 디자인은 오히려 역효과다. 다소 억지스러운 의미부여로 비칠 수 있으니 말이다. 어찌됐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올해 말, 싼타페의 하반기 성적이 나왔을 때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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