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시장, 디젤차 퇴출 수순
중고차 시장서는 여전히 인기 유지
디젤 HEV, 가솔린 HEV 대체 못 한다
디젤차, 전기차 밑으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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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시장에서 디젤차의 입지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전동화 전환과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디젤 엔진을 탑재한 신형 모델이 점점 사라지면서, 지난해 국내 디젤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전기차보다 적어졌다.
한국모빌리티산업협회(KAMA)의 집계에 따르면, 2023년 국내 5대 완성차 업체(현대차·기아·KG모빌리티·르노코리아·한국GM)의 디젤차 내수 판매량은 6만 3399대로, 전년(9만 6400대) 대비 34.2%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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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전기차 판매량은 7만 3169대로 디젤차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1년 만에 2계단이나 하락했다.
□ 가솔린 : 62만 4733대
□ 하이브리드 : 35만 2797대
□ 디젤차 : 6만 3399대
□ 전기차 : 7만 3169대
□ LPG : 5만 9636대
환경규제 강화, 사실상
대놓고 디젤차 죽이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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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차 판매량 감소는 완성차 업체들이 강화된 환경 규제에 맞춰 신차에서 디젤 엔진을 제외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디젤 엔진이 높은 연비와 강력한 토크를 앞세워 SUV와 상용차 시장에서 인기가 높았지만, 이제는 친환경차로 대체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는 가솔린 엔진과 모터의 동력을 결합해, 초반 가속이 우수하고 높은 연비를 자랑한다. 즉, 디젤차를 대체하기에 충분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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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은 신차 출시로 이어져, 현대차는 신형 팰리세이드에서 디젤 모델을 단종하고 하이브리드 모델을 새롭게 추가했다. 기아 역시 픽업트럭 ‘타스만’을 지난달 국내 시장에 출시하면서 가솔린 모델만 내놨다.
그밖에 대부분의 기업에선 가솔린, 가솔린 하이브리드, LPG, LPG 하이브리드, 가솔린/LPG 바이퓨얼,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디젤을 제외한 선택지만 제공하고 있다.
의외로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 있는 디젤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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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시장에서 디젤차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과 달리, 중고차 시장에서는 여전히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중고차 업체 케이카 3월 중고차 시세를 살펴보면, 디젤 중고차의 시세는 전월 대비 0.3%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차 시세 평균 하락 폭이 매월 1%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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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디젤 중고차 인기에 대해 가격이 비싼 하이브리드 신차를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예비 오너들이 대안으로 찾는다고 주장한다. 높은 토크, 가솔린 차 대비 우수한 연비, 휘발유 대비 저렴한 유류비 등 하이브리드의 일부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연식이 오래된 차일수록 유지 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이 높고 진동이 심하다는 단점을 감내할 필요가 있다.
디젤 하이브리드는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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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차량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며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 덕분에 가솔린 하이브리드는 주류로 자리 잡았지만 디젤 하이브리드는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디젤 하이브리드가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환경 규제 강화와 복잡한 배출가스 관리
디젤 엔진은 질소산화물(NOx)과 미세먼지를 배출하기 때문에, 이를 정화하기 위한 배기가스 저감장치(SCR)나 요소수 시스템(AdBlue)이 필수적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결합하면 구조가 더욱 복잡해지고 비용이 증가하면서, 경제성이 떨어지게 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디젤 엔진의 궁합 문제
가솔린 엔진은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부드러운 반면, 디젤 엔진은 높은 토크를 제공하지만 진동과 소음이 크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주행 시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의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지만, 디젤 엔진과의 조합에서는 이질감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가격 경쟁력 부족
디젤 하이브리드는 기본적으로 고가의 배출가스 저감장치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결합되면서 제작 비용이 상승한다. 가솔린 하이브리드 대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웠다.
위와 같은 이유로 제조사들은 신차 개발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이 잠깐 출시되긴 했으나, 주목받지는 못했다.
당분간 중고차 시장에서 활약
하지만 운명은 거스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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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시장에서는 디젤차가 빠르게 퇴출되고 있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유지비 절감과 높은 연비 덕분에 여전히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전동화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앞으로 디젤차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디젤 SUV와 픽업트럭 등의 중고차 수요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디젤차는 점진적으로 감소하겠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한동안 가치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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